지지파 대규모 집회 예고에 당국 결정…무바라크와 같은 곳

이집트 당국이 올해 7월 군부에 의해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장소를 재판이 시작되기 하루 전 바꿨다.

무르시 지지파가 당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며 유혈 충돌 위험성이 커짐에 따라 시위의 기세를 꺾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집트 항소법원의 메드하트 이리스 판사는 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다음날 시작되는 무르시에 대한 재판 장소를 수도 카이로 남부의 마아디 토라 경찰 기관에서 동부의 경찰 아카데미로 바꾼다고 밝혔다.

이 경찰 아카데미는 경비가 삼엄한 시설로 2011년 실각한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재판을 받은 곳이다.

이리스 판사는 재판이 TV로 생중계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르시는 지난해 12월 대통령궁 앞에서 무르시 지지·반대파가 충돌해 7명이 사망한 상황에서 살인과 폭력을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무르시는 군부에 의해 쫓겨난 직후 카이로 외곽에 구금됐고 이후 공식적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무르시 지지단체들은 4일 재판 시작에 맞춰 군부의 '쿠데타'를 비판하고 무르시의 복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집트 내무부는 강경 진압을 예고해 유혈 충돌 위험성이 커진 상태다.

이집트 당국과 무르시 지지파 양측은 무르시 재판을 기점으로 폭력이 격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내무부 고위 관계자는 무르시 지지파가 재판 시작 때 종교 지도자 암살과 자살폭탄 공격 등을 벌일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무르시가 소속된 자유정의당 관계자는 이집트 당국이 재판 당일의 혼란을 틈타 무르시를 암살하고 책임을 반(反)정부 집회에 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무르시 지지파)가 재판 현장에 가는 것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안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이 법정에서 치욕을 당하게 된 만큼 현장에 안 갈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친군부 성향의 현지 신문 엘와탄은 구금 상태인 무르시가 푸른색 운동복을 입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무르시는 "나는 집회 참가자를 살해한 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다.

어떤 재판이든 참석해 이런 사실을 판사에게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집트군 관계자는 무르시가 법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낼 때 지지자들이 받을 정신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이 동영상이 유출됐다고 말했다.

무르시는 무슬림형제단과 전 집권층 관계자 14명과 함께 재판을 받는다.

구체적인 재판 절차와 무르시가 앞으로 어디에 구금될지는 모두 비밀이다.

이집트에서는 지난 8월 무르시 지지 집회에서 참가자 1천명 이상이 숨진 사태 이후 고위 공직자 암살 시도와 항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카이로 AP=연합뉴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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