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독살사건 계기 '스타정치인'서 '무기수'로 전락
시진핑체제, 이례적 중형선고로 부패청산 가속화 예고


지난·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차대운 특파원 = 희대의 '정치재판'으로 불리며 세계적인 조명을 받은 '보시라이 사건'이 핵심 당사자인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의 '처절한 몰락'으로 25일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달 기업인들로부터 47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직권을 이용해 아내의 살인행각을 무마하려 한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보시라이는 "억울하다"며 상소했지만 산둥성고급인민법원은 이날 '상소기각', '원심유지'를 선고했다.

보시라이는 부패 고위공직자들이 수감되는 베이징 친청(秦城) 교도소에서 형을 살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는 살인 혐의로 지난해 8월 사형유예를 선고받은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이미 복역하고 있다.

중국의 8대 혁명 원로인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아들과 항일전쟁에서 공을 세운 인민해방군 구징성(谷景生) 장군의 딸로 한때 중국대륙에서 가장 화려했던 커플이 중죄인이 돼 함께 수감생활을 하는 비극을 맞게 된 것이다.

◇몰락의 시작은 아내의 살인

'태자당'이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권력의 가속 페달을 밟아온 보시라이는 2년 전 아내가 저지른 살인 행각을 계기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2011년 11월 충칭의 한 호텔에서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이듬해 2월 왕리쥔(王立軍) 당시 충칭시 공안국장이 쓰촨성 청두(成都) 소재 미국 총영사관에 망명을 기도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두 사건은 모두 구카이라이와 연관이 있었다. 수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구카이라이는 사업 문제로 갈등하던 끝에 헤이우드를 독살했다.

보시라이는 왕리쥔이 구카이라이의 살인행각을 보고하자 왕리쥔을 공안국장 자리에서 쫓아내고 그의 측근들을 암암리에 수사했다. 보시라이는 왕리쥔이 미국 영사관으로 도주하자 그의 신병을 확보하려고 무장경력을 동원해 쓰촨성의 무장경력과 대치하기도 했다. 태자당과 상하이방, 공산주의청년단 등 당내 주요계파들이 2012년 당대회를 앞두고 자기 사람을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집어넣으려 경쟁을 벌이던 와중에 벌어진 이 사건은 정국을 시계제로의 상태로 몰고갔다.

◇고위층 치부 적나라하게 공개돼

보시라이는 지난해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 진입이 유력시됐던 인물이다.

35살에 다롄(大連)시 부시장에 임명된 뒤 다롄시장과 랴오닝성 성장, 상무부장 등을 거쳐 2007년 수뇌부인 정치국에 진입했다.

특히 충칭시 당서기를 지내면서 '범죄와의 전쟁', 혁명가요 부르기 캠페인, 분배정책 등을 전개하며 신좌파의 '아이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중국 안팎에서는 보시라이 사법처리는 당내 권력투쟁의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무성했다.

이런 정치적 논란과는 별개로 보시라이 재판은 중국 최고위층의 도덕적 해이와 문란한 사생활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 과정에서 보시라이를 궁지로 몬 당사자는 다름 아닌 아내였다. 그녀의 일관된 진술은 재판 내내 강력한 유죄의 증거로 작용했다.

보시라이는 아내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의 외도사실과 이에 따른 부부사이의 불화를 들먹이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은 이같은 고위층의 부패상이 적나라하게 공개될 것을 알면서도 이례적으로 1, 2심 재판 모두 공개재판 형식을 취했다.

이는 시진핑 체제가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을 중요한 국정화두로 제시한 것과 관련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사회는 이번 재판이 시진핑 체제의 반부패 의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주목해왔다.

◇부패척결 의지 과시…저우융캉 수사 임박

중국 당국이 최고위층 권력자에게 무기징역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고위층 처벌사례를 보면 천시퉁(陳希同) 전 베이징 당서기는 부패 혐의로 16년형을,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 당서기는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보시라이가 혐의를 전면 부인해 '괘씸죄'가 적용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파리'(부패한 하급관리)와 '호랑이'(부패한 고위관리)를 동시에 잡겠다는 부패척결 의지를 중국 지도부가 재천명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보시라이에 대한 엄벌은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에 대한 처벌이 임박했음을 보여준다는 관측을 낳고있다.

보시라이와 저우융캉은 오래 전부터 '경제적 동맹'을 형성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올해들어 저우융캉 측근들이 잇따라 사법처리되면서 사법당국의 칼끝은 '몸통'인 저우융캉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시라이 사건'이라는 골치 아픈 정치적 사건을 속전속결식으로 마무리한 시진핑 체제 앞에는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보시라이 처벌에 따른 후폭풍이다.

보시라이의 좌파적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은 고위층과 서민층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퍼져있으며 보시라이와 저우융캉에 대한 수사는 이들의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층의 결속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jslee@yna.co.kr,cha@yna.co.kr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