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 비싸도 한국우유" 식품韓流…중국 '들썩'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 대형 쇼핑몰 ‘팡차오디’ 식품매장. ‘연세목장우유’라는 한글이 선명한 우유병이 판매대 위를 빼곡하게 채웠다. 병(1L)당 가격은 34.8위안(6065원). 중국 우유의 대표 브랜드인 멍뉴(夢牛)보다 3배가량 비싸다. 서울우유, 매일우유도 마찬가지로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한국 우유는 가져다 놓기 무섭게 동나기 일쑤고 일부 업자는 아예 싹쓸이 해가는 일도 있다.”(팡차오디 식품매장 정웨이둥 점장)

중국에서 한국 식품의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이미 ‘슈퍼스타’가 된 오리온 초코파이나 농심 신라면의 뒤를 잇는 히트 상품이 쏟아지고 있는 것. 연세우유의 올해 중국 수출액은 작년보다 두 배가량 많은 2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오리온의 과자 ‘예감’은 작년에 중국에서 초코파이보다 더 많은 1400억원어치가 팔렸다. 바나나우유, 맛김은 물론 참치 등 수산가공품도 인기다. 홍삼 파프리카 같은 특용작물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5년 안에 지금보다 10배 많은 1000개 이상 개점을 목표로 공격적인 매장 확장을 선언했다. 그만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안전한 상품과 고급 식품을 축으로 중국의 식품 소비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 게 한국 식품의 인기 요인이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은 2008년부터 농수산물 순수입국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수입액은 921억달러 규모로 늘었다.

한류 문화의 영향으로 한국 상품에 호감을 갖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중국 대도시 소비자 2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공식품 원산지별 만족도에서 한국은 4.21점을 기록해 미국 일본을 제치고 프랑스(4.22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 식품수입 업체인 치어풀의 주쥔팅 사장은 “일본의 방사능 유출 우려로 안전한 식품을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한국 식품은 안전성 검사가 엄격한 데다 맛과 품질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함정오 KOTRA 중국지역본부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 한국 농업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거꾸로 13억 중국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거리가 가까운 지리적 이점과 우수한 가공기술을 활용하면 네슬레 등 해외 식품업체들과 중국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상하이=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