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전 경제부총리·앞줄 오른쪽 네 번째부터), 강성모 KAIST 총장, 마이클 드레이크 UC어바인 총장 등이 1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3 세계 연구중심대학 총장회의’ 기조강연을 듣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강경식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전 경제부총리·앞줄 오른쪽 네 번째부터), 강성모 KAIST 총장, 마이클 드레이크 UC어바인 총장 등이 1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3 세계 연구중심대학 총장회의’ 기조강연을 듣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미국 뉴욕시가 맨해튼 옆의 작은 섬 루스벨트를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최근 세계 교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금융, 법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첨단기술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이 분야 세계 최고 대학을 건설하는 ‘응용과학 뉴욕시(Applied Science NYC)’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입찰에는 세계 27개 대학이 참여한 가운데 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한 코넬대가 파트너로 선정됐다. 이 컨소시엄에는 외국 대학도 참여했다. 이스라엘의 대표적 연구중심대학인 테크니온대다. 뉴욕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폴 페이진 테크니온대 부총장은 1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3 세계 연구중심대학 총장회의’에 참석, “뉴욕에 들어설 ‘테크니온-코넬 혁신연구소’는 산학협력 방식의 교육, 융합형 대학원 등 새로운 차원의 대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대학 있는 곳에 좋은 일자리

KAIST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해 열린 이번 총장회의의 주제는 ‘지식창조, 기술이전, 기업가정신’이다. 주요 대학 총장들은 전통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산학협력, 창업 등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각국 대학의 사례를 소개했다.

뉴욕시의 프로젝트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좋은 대학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뉴욕시는 이 프로젝트에 18만5000여㎡의 땅을 99년간 거의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1억달러(약 1120억원)를 지원한다. 프로젝트는 2017년 1차 완공, 2037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4000명 이상의 학생과 교직원을 보유한 최첨단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연구대학을 통해 인재를 모으고 학문 간 융합을 활성화시켜 창업이 활발해지는 혁신 클러스터를 만드는 게 뉴욕시의 목표다. 실리콘밸리의 발전 뒤에는 스탠퍼드대가 있고, 케임브리지-보스턴 지역에는 하버드대와 MIT가 있는 것처럼 대학을 기반으로 도시를 발전시키려는 전략이다.

테크니온대는 세계 최초 광섬유를 개발한 것은 물론 무인 비행기 ‘드론’, 단거리 미사일 요격시스템인 ‘아이언 돔’을 만드는 등 이스라엘 공학 발전의 토대를 만든 대학이다. 개교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뉴욕시의 프로젝트를 따내며 글로벌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페이진 부총장은 “졸업생 6만명이 산업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고, 이 중 25%가 최고경영자, 부사장 직위를 갖고 있다”며 “대학이 이룬 진정한 기술 이전은 이처럼 훌륭한 능력을 지닌 졸업생을 배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업의 날 운영하는 슈투트가르트대

전통산업을 중시했던 독일에서도 주요 대학이 창업 지원을 확대하는 등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창업의 날(Start-Up Day)’을 운영하는 슈투트가르트대가 대표적이다. 창업의 날 참가자들은 이론적으로만 생각해오던 아이디어를 관심사에 맞게 작은 그룹을 만들어 서로 토의하고 실제 상황에 적용해보며 사업계획을 개선시킨다. 지금까지 이 대학 출신 700여명이 성공적으로 창업을 이끈 바탕이다. 베를린공대도 창업자에게 조언할 멘토, 자금을 지원할 벤처캐피털 등을 연결해주는 ‘비즈니스 엔젤시스템’을 학내에 도입했다.

볼프람 레셀 슈투트가르트대 총장은 “1998년 기술이전사무소를 만들어 학생, 교수, 졸업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슈투트가르트 인근 지역에는 다임러, 포르쉐, 보쉬, IBM 등 글로벌기업이 있고 여기에 좋은 일자리가 많은데도 청년들이 창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은 창업 활동이 부진한 나라에 속하지만 세계 최고 연구중심대 중 하나인 도쿄공대의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도쿄공대는 학교 연구성과를 활용하거나 창업자가 도쿄공대 출신인 경우 벤처기업에 ‘도쿄공대 벤처’라는 타이틀을 부여하고 있다. 창업 초기 열악한 마케팅 능력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학교 브랜드를 빌려주는 것. 현재 69개 기업이 이를 사용하고 있다.

페리둔 함둘라푸르 캐나다 워털루대 총장은 “지식사회에서 혁신자원인 지식을 창조하는 대학은 연구실과 강의실뿐만 아니라 시장까지 든든한 지식창출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김보영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