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운동이 세계 어느 지역보다 먼저 시작된 유럽에서 여성 지도자의 탄생은 더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1979년 영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 총리에 오른 '철(鐵)의 여성' 마거릿 대처에서부터 22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압승해 3선이 확정적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 유럽 정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여성이 이미 적지 않다.

대처 전 총리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유럽의 첫 여성 국가수반으로서 여성의 최고위직 진출을 고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처는 11년간의 재임 기간에 신 자유주의 개혁을 통해 장기 불황에 빠진 영국 경제를 회생시켰으며 1980년대 초 치솟던 인플레도 잡았다.

하지만, 1984년 탄광 노조 파업을 강경 진압하면서 강경 노선에 대한 비판이 고조됐으며 실업자를 양산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최초의 여성 국가수반이었음에도 여성을 내각에 그다지 기용하지 않는 등 여성 문제에 냉담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녀와 비슷한 시기 노르웨이에는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가 여성 총리로 재임했다.

브룬트란트 전 총리는 1981년 노르웨이 사상 최연소이자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고서 두 차례 더 총리를 역임했다.

대처와 더불어 유럽 정계의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을 깼다고 할 수 있지만, 정치 성향 등에서 닮은 점은 거의 없다.

브룬트란트 전 총리는 대처와 달리 각료를 절반 가까이 여성으로 기용했다.

메르켈 총리도 독일에서 처음으로 여성 총리에 오른 후 이번에 3선 고지에 오르면서 최고 여성 지도자 반열에 오르게 됐다.

메르켈 총리는 동독 출신 여성 정치인이라는 불리한 점을 극복하고 2005년 유럽 제1의 경제 대국인 독일의 수장이 됐다.

이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어진 유럽 재정위기에 지도력을 발휘했으며 국내에서도 따뜻한 보수주의자로 자리매김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

지난 9일 치러진 노르웨이에 총선에서 승리한 보수당의 에르나 솔베르그 당수도 브룬트란트에 이어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다음 달 노르웨이 총리에 취임하게 된다.

노르웨이 철녀로 불리는 솔베르그 당수는 강력한 지도력에다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펴 1924년 이후 한 번도 제1당이 된 적이 없는 보수당을 지지율 1위에 올려놓았다.

또 미국 외교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가 지난 7월 가장 진보적인 여성 지도자로 평가한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도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핀란드를 이끌었다.

이밖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차기 프랑스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등 유럽에서 여성 정치인들은 이제 최고 지도자 자리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그 꿈을 이루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