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극복 계기 원하는 국민 열정·아베의 대내외 세몰이 주효

도쿄가 재수 끝에 2020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한 최대 동력은 정치, 경제적 안정감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슬람국가 최초의 올림픽 유치를 강조한 이스탄불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세의 지지를 등에 업은 마드리드는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도쿄가 1964년 이미 한차례 하계올림픽을 치른 '준비된 도시'라는 사실도 '문명사적 의미'를 내세운 이스탄불의 신선미 앞에서 가점요인이 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정정불안(이스탄불)과 재정위기(마드리드)에 신음하는 두 경쟁 도시에 부족한 정치·경제적 안정감이 결국 도쿄의 승인이 됐다.

올초만 해도 이슬람권 첫 올림픽을 기치로 내건 이스탄불이 앞서 나가는 듯했지만 5월 시작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로 인해 터키의 정정 불안이 부각되면서 도쿄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또 다른 후보인 마드리드는 고질적인 스페인 재정위기가 최대 불안요인으로 계속 지적되어온 터라 정치·경제·치안 면에서 안정감을 가진 도쿄의 장점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과감한 세몰이도 승세를 거들었다.

작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본 정부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등으로 한국, 중국과의 갈등이 심화한 상황에서 일본의 재도약을 외치며 집권한 우파 아베 정권은 올림픽 유치를 국민 단결의 소재로 적극 활용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작년 12월 집권 이후 '아베노믹스 경기(景氣)'로 끌어올린 내각 지지도를 바탕으로 올림픽 개최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했다.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50∼60%였던 일본인들의 도쿄올림픽 지지율이 최근 80∼90% 수준까지 올라간 것은 아베 총리의 세몰이에 힘입은 바 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아베 총리는 지난달 중동·아프리카 방문 등 해외순방 계기에 부지런히 도쿄올림픽 지지를 호소하고 다녔고, 5∼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도중에 IOC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날아가는 열성을 보인 것도 IOC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유출사태가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불과 40여일 앞둔 7월말 불거지면서 도쿄는 한때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개최 후보도시별 기자회견에서 외신들의 질문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집중되면서 도쿄의 유치가 힘들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도쿄가 가진 안정감, 그리고 올림픽을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고통받은 자국의 부흥기회로 삼겠다는 일본인들의 열정이 결국 방사능 공포를 제압했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