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부인과 엇갈린 진술…진실게임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23일 속개된 재판에서도 부패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부인인 구카이라이의 뇌물수수 증언에 대해 “그녀는 미쳤다”며 강력히 반발해 이번 재판이 부부 간의 진실 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쉬밍 다롄스더그룹 이사장이 보 전 서기 가족에게 호화별장 등 뇌물을 제공한 것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보 전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는 이날 영상 증언을 통해 “쉬밍이 2002년에 우리 가족을 위해 프랑스에 1624만위안(약 30억원)짜리 별장을 구입해줬고 수시로 기차표와 비행기표를 제공했다”며 “이런 사실은 당연히 보시라이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카이라이는 또 “쉬밍과는 20년을 알고 지낸 친한 사이이고, 그가 아들 보과과에게 전기자동차를 선물하기도 했다”며 “보시라이는 쉬밍이 다롄의 완다 프로축구단을 인수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금 진술이 강압적으로 이뤄진 것이냐”는 상대방의 질문에 웃으며 “그렇지 않다”고 답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이 영상은 지난 10일 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 전 서기가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자 재판부는 일정을 늘려 24일 오전 8시30분에 재판을 속개하겠다고 밝혔다. 보 전 서기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대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신의 경지에 이른 연기’ ‘기막힌 말장난’ 등의 표현을 동원하며 그를 비난했다.

한편 재판 과정에서 보 전 서기의 특이한 손동작(사진)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보 전 서기는 피고인석에 서서 왼손 엄지와 검지를 붙여 동그라미 모양을 만들고 나머지 손가락 세 개는 곧게 편 제스처를 취했다. 이 손동작은 미국에서 숫자 ‘3’이나 ‘OK’를 뜻한다. WSJ는 이 장면과 관련, 아들 보과과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보과과의 사법처리 여부나 자신에 대한 판결과 관련해 당국과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전달하려 했다는 해석이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김보라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