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아랍의 봄'…독재 끝난 자리, 또 다른 권력다툼
“자유의 나무는 애국자와 독재자의 피를 마시며 자라난다.”(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한 나라에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지 잘 나타낸 명언이다. 특히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최근 더욱 깊은 혼란의 늪에 빠져든 이집트와 튀니지 등 범(汎)아랍권 국가들은 제퍼슨의 말이 여전히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복잡한 종교와 부족 갈등이 얽히면서 극도의 정정 불안에 휩싸인 것이다.

이집트는 지난달 3일 군부 쿠데타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축출된 후 무르시를 지지하는 이슬람 원리주의파 무슬림형제단과 과도정부 간 유혈 충돌이 벌어지며 날카로운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엔 이집트 군인과 경찰이 무슬림형제단 측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날 하루 동안에만 173명이 숨졌다. 사망자 중엔 무슬림형제단 의장인 무함마드 바디에의 아들 암마르 바디에도 포함됐다. 이집트 정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나흘간 이어진 유혈사태로 8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18일 이집트 영자신문 데일리뉴스 이집트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17일(현지시간) 카이로의 알파테 모스크에 피신해 있던 시위대 700여명을 해산시켰다. 양측 간 갈등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이날 하짐 엘베블라위 이집트 과도정부 총리는 “무슬림형제단을 법적으로 해산시킬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발표했고, 무슬림형제단은 “탄압이 멈출 때까지 평화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맞섰다. 또 이집트 내 소수 종교인 콥트교(기독교의 한 분파)의 사원 40여곳도 무슬림형제단 시위대의 공격으로 불에 타거나 약탈당하면서 종교 간 갈등의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콥트교는 이집트 정부 측 편을 들어 왔다.

튀니지와 리비아, 예멘 등 ‘아랍의 봄’으로 민주화를 이루려 했던 범중동 지역 나라들도 이집트와 비슷한 처지다. 2011년 1월 ‘재스민 혁명’으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이 퇴진하면서 ‘아랍의 봄’의 첫 시작을 알렸던 튀니지에선 지난 2월과 7월 세속주의 성향의 야당 지도자 두 명이 잇따라 피살되면서 지난 6일 수도 튀니스에서 4만여명의 군중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집권 여당인 이슬람 정당 엔나흐다가 암살의 배후에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10월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이 철권독재 42년 만에 피살되면서 민주화 열망이 거세졌던 리비아에서도 정국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와 동부 벵가지 등 주요 도시에선 이슬람 과격 원리주의 세력에 반대하는 시민 수천명이 시위를 벌였다. 또 지난달 27일엔 벵가지의 한 교도소에서 죄수 1000여명이 집단 탈옥하는 등 치안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다.

최근 알카에다의 주요 근거지로 지목된 예멘은 지난해 1월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이 물러났지만, 이슬람교 양대 분파인 시아파와 수니파에 소속된 부족들이 서로 끊임없는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아랍의 봄’을 거친 나라들은 ‘평화 유지가 혁명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진리를 재확인시켜줬다”며 “현재의 극심한 혼돈은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정이며 다른 민주국가들도 초기에 비슷한 시기를 거쳤다”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