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지지자와 군부 사이의 유혈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이집트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슬림형제단이 16일(현지시간)을 ‘분노의 날’로 정하고 금요 기도가 끝난 뒤 전국에서 시위를 벌여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대와 군부의 충돌로 이날 또다시 사망자가 발생했다.

○군부·시위대 또다시 충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천명의 무슬림형제단이 이날 낮 12시 금요 기도를 마치고 카이로 람세스 광장에서 무르시의 복권을 요구하고 군부의 유혈 진압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쿠데타로 세워진 불법 정부를 타도하는 것은 의무”라며 “반드시 끌어내리겠다”고 결전을 다짐했다.

이집트 정부와 군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위법행위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진압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집트 내무부는 비상사태를 선포, 군인들에게 공권력 사용을 허가했다. 또 관공서와 진압 병력에 대한 공격이 벌어지면 실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시한 명령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집트 군부는 시위가 예상되는 지역에 장갑차를 배치했다.

FT는 “무슬림형제단을 주축으로 하는 쿠데타 반대연합이 비폭력을 주장하고 있지만 양측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대규모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집트가 자칫 유혈내전에 휩싸인 시리아처럼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충돌로 인한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AP통신은 카이로 람세스 광장에서 25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고 전했다. 이집트 동북부 이스마일리야에서는 시위대와 보안군의 충돌로 4명이 숨지고 수도 카이로 검문소에 있던 경찰관 1명도 무장 괴한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국제사회 “폭력 중단” 촉구

유혈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앙겔라 메르켈 총리 대변인은 “독일 정부는 6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폭력 사태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며 “이집트 정치계와 군부 지도층은 무슬림 단체 수뇌부와 공동으로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계속되는 폭력은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이날 유혈 진압 사태에 대해 정부와 무슬림형제단 양측에 폭력을 종식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이집트의 유혈 진압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긴급회의는 이사국 간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회의는 결의안이나 의장 성명 등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안보리 순번제 의장인 마리아 페르세발 유엔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가 공식 성명이 아닌 구두 발언으로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마무리하는 데 그쳤다. 의장의 구두 발언은 안보리가 취하는 가장 낮은 수위의 대응 방식 중 하나다.

터키에서는 시민들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