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마서스 비니어드로…지역주민 "민폐 극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동부 휴양지 '마서스 비니어드'로 8일간의 여름휴가를 떠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취임 후 3년 연속 여름휴가 때 매사추세츠주(州)의 유명 휴양지인 이곳을 찾았으나 지난해 여름에는 대통령선거 준비 때문에 휴가를 포기했었다.

'퍼스트 패밀리'가 올해 머물 곳은 시카고의 투자자 데이비드 슐트가 소유한 760만달러(약 84억원) 상당의 휴양시설로,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유리창이 있는 호화 건물과 함께 인피니티 풀(수평선이 보이는 것처럼 설계된 수영장), 농구 코트, 테니스 코트 등을 갖추고 있다.

관례에 따라 숙박료는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비용으로 내되 경호와 교통비, 수행원 비용 등은 연방정부가 지급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휴가에 대해 올해도 어김없이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호화' 비난이 쏟아졌고, 백악관은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크리스 스튜어트(공화ㆍ유타) 하원의원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내 지역구 주민들 가운데 마서스 비니어드에 갈 능력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거기서 머물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인인 켄 월쉬도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마서스 비니어드를 선택함으로써 사려 깊지 못한 결정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빌미를 스스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호화 휴가' 논란에 대해 "(공화당이 집권했던) 6년 전에 그들이 어떻게 말했는지 한번 찾아볼 것"이라고 반격했다.

카니 대변인은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알 카에다 테러 위협 등 국정 주요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브리핑을 받으면서 참모들에게 지시를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휴가에 가장 큰 불만을 제기하는 쪽은 다름 아닌 휴가지 마서스 비니어드의 주민들이라고 보도했다.

경호원들이 얼마 전부터 이 지역을 '장악'해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데다 오바마 대통령의 휴가기간 내내 도심 간선도로가 폐쇄돼 극심한 불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마서스 비니어드로 향하는 길에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에 있는 해안경비대 비행장을 방문, 경비대원들을 격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