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참배가 시금석"…한·일 관계 냉각 기류 지속될 듯
"경제 현안 많아 외교적 리스크 피할 것" 관측도

집권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안정과반 의석 확보로 나타난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는 한일관계에도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의 중앙정부 행사화,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한 무라야마(村山)담화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의 수정 등 작년 12월 총리로 재등극하기 전후 한번씩 건드렸던 '우경화' 현안들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과를 앞세워 참의원 선거에 승리하는 것을 정권의 1차 과제로 삼은 아베 총리는 논쟁적인 정치·안보·역사 현안들은 선거 이후를 기약하며 사실상 봉인했다.

패전국의 멍에가 덧씌워진 전후체제를 탈피하기 위한 우경화 행보를 선거 전력상 한동안 자제해온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봉인해둔 현안들이 한일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라는 점이다.

결국 아베 총리가 목표한대로 선거를 승리로 이끈 지금 이들 현안의 봉인을 풀지 여부가 한일관계에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단 보수층 지지자들의 기대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아베 총리가 약속한 공약들을 검토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제껏 '실질'보다는 '기대'를 중심으로 성과를 낸 아베노믹스는 물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내년 최대 민생현안인 소비세 증세 등 경제 관련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한국, 중국 등과 첨예한 갈등을 야기할 현안들을 신속하게 밀어 부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역사인식,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문제 등으로 인해 한국, 중국과 취임이후 한번도 정상회담을 갖지 못할 만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파국적인 상황으로까지 근린국 외교를 몰고가는 것은 리스크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와세다대 이종원 교수는 "보수 현안들을 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베노믹스, 소비세 인상 문제 등 경제 현안들을 감안, 불필요하게 다른 어젠다에 힘을 쓰지 않기 위해 외교에서는 당분간 현실주의적인 노선을 취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정부가 역사인식 문제를 강조하는 대일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베 정권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당분간 한국, 중국 등과의 냉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한일 양국이 서로 상대에 대해 탐색해가며 천천히 관계를 풀어나가려는 기조이기에 갑작스러운 관계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제 다음 선거가 3년 후로 예정돼 있는 만큼 아베 정권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해가며 한일관계를 급격하게 변화시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의 8월15일 행보가 향후 한일관계 운영 전망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의 소신대로 '우향우' 행보를 본격화할 것인지, 당분간 경제에 치중해가며 주변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할지는 그가 내달 15일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지 여부를 지켜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규슈(九州)대 특임교수는 "아베 총리가 선거 승리후 본격적으로 강경한 외교정책을 취하려 한다면 야스쿠니 참배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오코노기 교수는 "여러 경제현안 속에 외교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굳이 만들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가진 NHK와의 인터뷰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와 관련, "나라를 위해 싸운 군인을 위해 명복을 비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참배할지 여부 그 자체가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갈지 안 갈지 밝히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