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고이즈미붐' 이후 첫 중·참의원선거 연승
아베 롱런 기틀…향후 3년 `통한 과제' 추진력 확보


아베 정권이 21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예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다.

집권 자민당으로서는 이른바 `고이즈미 붐'이 일었던 2001년 참의원선거 이래 최초의 압승이다.

중의원에서는 여당이, 참의원에서는 야당이 다수파를 차지하고 있는 `네지레 국회'(뒤틀린 국회) 해소를 통한 정치 안정과 아베정권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이번 선거에서 물가 상승 등 아베노믹스 부작용을 필사적으로 부각시키면서 선거전을 폈지만 공산당이 약진한 것을 제외하고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 야당 `아베노믹스 부작용' 부각 안통해 =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노령층은 물론 장년층과 젊은 세대로부터도 골고루 지지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교도통신 출구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에 투표했다는 유권자는 20대와 7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 40%를 넘었고 30∼60대에서도 35% 이상이었다.

전통적인 지지세대인 노령층은 물론 젊은 층에서도 야당을 앞도하는 높은 지지를 받은 셈이다.

경기 회복에 거는 기대감 때문이다.

아베 정권으로서는 작년 12월 중의원 선거 승리에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둠으로써 1996년 중의원에 소선구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중·참의원 연승 기록을 세웠다.

근년의 일본 역대 정권 가운데 여당이 중·참의원 선거 양쪽을 석권한 것은 1986년 중·참의원 동시선거에서 대승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 이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밖에 없다.

하지만 5년 5개월간 집권한 고이즈미 정권도 중·참의원 선거 연승은 하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일본 유권자들이 자민당이 승리한 다음 선거에서는 자민당을 견제하기 위해 대립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이 중의원 선거 승리후 단기간에 실적을 내지 못하면 3년마다 치러지는 `중간선거' 격인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 아베총리, 6년전 참의원선거 참패 설욕 =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2007년 7월 참의원 선거 참패로 지금의 참의원 여소야대 상황을 자초했던 불명예와 책임을 이번에 스스로 되갚았다.

이번 선거 대승으로 아베 총리의 정권 기반은 강화되고 참의원에서 야당에 휘둘렸던 국내 정치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이 대중적 인기와 `포퓰리즘 정치'를 바탕으로 장기 집권에 성공했던 고이즈미 정권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베 총리는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60%대에서 50%대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를 대신할 여당내 인물과 대안 정당의 부재로 2007년 총리 사퇴 이유의 하나였던 건강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는 한 롱런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도 2년 후인 2015년 9월이다.

중의원 임기가 2016년까지이고 다음 참의원 선거가 2016년인 점을 감안하면 아베 총리는 앞으로 최대 3년 간은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1차 아베 내각때 하지 못했던 `통한의 과제'들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개헌발의 요건을 `중·참의원 3분의 2' 찬성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완화하기 위한 헌법 96조 개정, 전쟁포기, 전력보유ㆍ교전권 불인정을 명기한 헌법 9조 개정,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금지한 정부 헌법 해석의 변경, 국가주의·애국 교육 강화 등이 그것이다.

◇ 개헌세력 3분의 2 확보엔 실패 = 이 가운데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은 참의원 선거후 아베 정권이 정조준할 첫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집단적 자위권 용인과 96조 선행 개정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연정 파트너 공명당과 어떤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아베 총리의 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는 1958년 중의원선거때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개헌을 쟁점으로 내세워 압승을 거두었지만 3분의 2 의석 확보에는 실패, 개헌의 꿈을 접었다.

아베 정권은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이른바 `개헌세력'인 자민·일본유신회·다함께당·신당개혁 4당의 의석을 합쳐 개헌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은 확보하지 못했다.

중의원은 자민·유신회·다함께당 3당 만으로도 이미 개헌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넘긴 상태다.

하지만 아베 총리로서는 이번에야말로 조부가 못다한 개헌의 꿈을 실현시킬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지금의 기세를 이어나가 3년후 한번 더 참의원 선거를 치르면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의석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인식 문제에서는 당장 8월 15일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할지가 당장의 시금석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대승을 안겨준 보수 지지층을 의식, 그간의 보수우익 노선은 전체적으로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아베노믹스 추진에도 박차가 가해질 것이다.

차원이 다른 대담한 금융완화, 기동적인 재정정책에 이어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을 계속 밀고 나갈 정치적 기반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 성공의 최종 관문인 성장전략 실행에는 규제완화, 구조개혁 등을 위한 구체적인 입법화가 필요한데 참의원 여소야대 상황이 해소됨으로써 올가을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이를 추진할 동력이 일단 마련됐다.

2년전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로 중단된 원전 재가동 추진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 "야당 재편 불가피" =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언론의 사전 여론조사 결과대로 참패를 면치 못했다.

제 1야당 민주당이 작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에 대패, 3년3개월만에 정권을 내준 이후 지리멸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데다 야당 후보 난립으로 도시지역의 복수 선거구에서 겨우 의석을 건지는데 그쳤다.

그나마 복수 선거구에서 1위 자리는 일찌감치 자민당후보에게 내주고 나머지 의석을 놓고 야당끼리 하위 다툼을 벌이는 양상이 전개됐다.

민주당은 작년 중의원선거 패배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참패함으로써 당재건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한때 기대를 모았던 야당 대안 세력 일본유신회와 다함께당도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유신회 공동대표 겸 오사카 시장의 `위안부 정당화' 발언 파문 등을 계기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림으로써 함께 침몰했다.

이에 따라 거대 여당이 된 자민당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야당 결집과 재편이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게 정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 특파원 y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