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사관, 독립기념일 행사 무기한 연기…외교관계 정상화 차질

회복 기미를 보이는 듯 했던 미국과 볼리비아 외교 관계가 미국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놓고 다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양국은 이미 지난 2008년부터 대사급 외교 관계를 단절한 상태다.

볼리비아는 "미국이 보수우파 야권의 정부 전복 음모를 지원한다"며 2008년 수도 라파스 주재 미국 대사를 추방했다.

미국 정부도 워싱턴 주재 볼리비아 대사를 내쫓았다.

볼리비아는 같은 해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들도 같은 이유로 추방했다.

올해 5월에는 미국 국무부 산하 대외 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 직원들도 쫓아냈다.

양국은 대사 추방 이후 물밑접촉을 계속했고, 2년 전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합의했다.

그러나 스노든 문제는 양국 관계를 2008년 당시의 상황으로 돌려놓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프랑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당국이 자신이 탄 비행기의 영공 진입을 거부하는 수모를 겪었다.

스노든이 탑승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가스수출국 포럼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귀국하던 길이었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탑승한 비행기는 오스트리아에서 14시간을 허비한 끝에 3일 밤 볼리비아에 도착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유럽 국가들의 영공 진입 거부의 배후에 미국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볼리비아 정부는 4일 발표한 성명에서 "스노든이 볼리비아에 오면 신병을 인도해 달라는 미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비드 초케우안카 외교장관은 중남미 TV 채널 텔레수르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외교문서를 보내 스노든이 볼리비아에 도착하면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주재 미국 대사관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독립기념일 행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미국 대사관 관계자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이날 예정된 독립기념일 행사는 취소됐다"고만 말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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