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앙카라 시장이 영국 BBC의 터키인 기자를 '영국 첩자'라고 비난하면서 트위터로 공격해 물의를 빚었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출신인 멜리흐 교크첵 시장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BBC의 셀린 기리트 기자를 비방하는 글을 쓰자고 제안했다.

교크첵 시장은 기리트 기자에 대해 "조국을 배반하는 데 관여한 영국 첩자"라고 비난했으며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셀린 기리트, 영국 첩자 노릇을 그만둬라'라는 뜻인 터키어 문장에 해시태그(#)를 달자고 요구했다.

그는 트위터에 "조국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해시태그를 달아 우리의 반발이 세계에 알려지도록하자"라고 썼다.

트위터는 '#' 뒤에 특정 단어를 넣으면 해당 주제와 관련한 글을 모아 볼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으나 트위터 이용자는 지지나 관심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기리트 기자가 최근 이스탄불 시내 요우르트추 공원에서 시위대가 개최한 소규모 포럼에 참석해 올린 트위터 글을 문제 삼았다.

기리트 기자는 당시 "요우르트추 공원 포럼에서의 제안: '스탠딩 맨'이 아닌 '정지하는 사람'이 되자, 경제를 정지시키자, 6개월 동안 소비하지 말자, 그들이 들을 것이다"라고 썼다.

교크첵 시장은 "그들은 영국에서 임대한 한 첩자와 함께 터키 안에서 우리 경제를 파괴하기를 원한다, 터키가 다시 유럽의 병자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며 "이것이 구체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크첵 시장의 제안은 트위터 이용자들의 공분을 샀고 기리트 기자를 지지하고 교크첵 시장을 비방하는 글이 쏟아졌다.

이들은 '셀린 기리트는 기자다', '멜리흐 교크첵은 (폭동) 선동가'라는 뜻의 터키어 문장에 해시태그를 붙였다.

이런 논란이 커지자 BBC는 2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BBC는 터키 당국자가 BBC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기자를 협박하는 캠페인을 벌인 것을 매우 우려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BBC는 "우리 기자들이 이런 직접적 방식으로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터키 당국에 BBC의 공식 시청자 의견 창구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