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프랑스가 유럽연합 근간 흔든다", 佛 "주권 존중해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집권 이후 갈등을 거듭하고 있는 연럽연합(EU)의 양대축 프랑스와 독일간의 `불편한 관계'가 갈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 소속 중진 의원들은 30일(현지시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안드레아스 쇼켄호프 기민당 외교 담당 대변인은 "올랑드 대통령이 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프랑스 개혁방안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EU 합의와 조약 정신에 어긋난다"면서 "그런 얘기는 EU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르베르트 바르틀레 기민당 재정 담당 대변인도 EU 집행위원회가 프랑스에 재정 적자 기준 준수시한을 2년 더 연장해준 것과 관련 "프랑스가 다음에도 이런 면죄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비꼬았다.

EU 집행위원회는 전날 회원국별 재정 정책 권고 사항을 발표했다.

프랑스에 대해서는 정부 재정 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지 않아야 하는 재정 규정을 2년 동안 유예해 주면서 연금 개혁, 공공분야 지출 감축 등을 요구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런 요구에 대해 "프랑스가 어떤 개혁을 해야 할지 EU 집행위원회가 명령할 수 없다"면서 "구체적인 사항과 절차는 각국 정부가 책임지도록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국가 주권이 없게 된다"고 반발했다.

EU 양축인 독일과 프랑스는 유로존 경제 위기 극복 방법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EU 제1경제 대국인 독일은 위기 극복을 위해 남유럽 국가 등에 공공분야 지출 삭감 등 긴축을 강조하고 있지만, 제2경제 대국인 프랑스는 성장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사회당 올랑드 대통령과 보수 정당인 기민당의 메르켈 총리 관계도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때만큼 원만하지 않다.

이 때문에 양국 집권당 의원들이 상대국가 최고 지도자를 비판하는 일이 잇달아 생기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프랑스 집권 사회당이 긴축을 강조하는 메르켈 총리를 "고집스러운 이기주의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내부 문서가 보도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올랑드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 후 그를 전임 대통령인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으로 잘못 부르기도 했다.

실수일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 껄끄러운 양국 관계로 인해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양국 대통령은 그러나 기자회견에서는 유로존 상설 대통령제 도입을 EU에 제안하기로 합의했으며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60억 유로(약 8조8천억원)의 EU 펀드 지출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