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89% 집값 올라…美부동산 훈풍
올해 초 미국 버지니아주 남동부 피터즈버그에 침실 3개짜리 주택을 19만1000달러(약 2억1000만원)에 산 매슈 신(35). 그가 주택을 구입한 결정적인 계기는 부동산업계에서 일하는 친구의 권유 때문이었다. “앞으로 1년 동안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집을 지금 사라”고 조언한 것이다.

미국의 집값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동안 공급이 많지 않았던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에 힘입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해외 국부펀드도 미국 부동산 투자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150개 광역도시권 가운데 전체의 89%에 해당하는 133개의 집값(중간값 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올랐다. 지난 1분기 전국의 단독주택 가격은 17만6600달러(약 1억9000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1.3%나 상승했다. 2005년 4분기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오하이오주 애크런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집값 상승률은 33%에 이른다. 네바다주 리노와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각각 32%), 조지아주 애틀랜타(31%) 등도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거래량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택시장의 반등은 낮은 이자율을 유도하는 Fed의 조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모기지 금리는 현재 3.5% 정도로 사상 최저치다. 부동산중개업체 콜드웰뱅커의 허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집값은 앞으로 2~3년간 계속 오를 것”이라며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해외 연기금들도 가격이 많이 오른 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고 미국의 오피스빌딩, 쇼핑몰 등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1분기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뉴욕, 워싱턴, 보스턴의 총 5개 오피스빌딩의 지분 49.9%를 미국교직원연금으로부터 6억달러에 사들였다. 김한결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부펀드는 향후 3~5년 동안 회복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부동산을 선호하는 만큼 미국 부동산시장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미국 투자 바람도 거세다. 중국의 기업자본과 갑부들이 미국 부동산투자단을 조직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지난 2월 “맨해튼 남부의 100만달러가 넘는 아파트 중 200채 이상을 중국인들이 사들였다”고 전했다. 중국 부동산업체 소호 차이나의 장신 사장 일가도 GM 빌딩 지분 40%를 34억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