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 한경 단독 인터뷰

잘못된 투자판단은 고치면 돼…시장이 틀렸다면 이익 더 커져
긴축정책에 매달린 유럽…일본식 불황의 길로 가고있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 나서면 세계경제 안정성 해칠 것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왼쪽)이 지난 5일 홍콩에서 열린 ‘경제권력의 위병교대식’ 포럼에서 본지 김동욱 기자
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콩=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왼쪽)이 지난 5일 홍콩에서 열린 ‘경제권력의 위병교대식’ 포럼에서 본지 김동욱 기자 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콩=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80이 넘은 노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쉼 없이 이어진 포럼의 주요 세션마다 지친 기색도 없이 토론을 경청했다. 식사 시간에는 큼직한 스테이크 정찬이든 중국식 코스요리든 상관없이 깨끗하게 비웠다. “부자의 농담은 항상 재밌다”는 서양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헤드테이블에선 활발하게 대화를 주도하는 그가 발언할 때마다 폭소가 터졌다.

지난 5일 홍콩에서 열린 ‘새로운 경제적 사고를 위한 연구소(INET)’ 주최 ‘경제권력의 위병교대식’ 포럼에서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83)을 만났다. 소로스 회장은 느리지만 또렷한 어조로 “한국이 성장률 둔화라는 과제를 극복하고 격변하는 세계 경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형성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현재 처한 문제의 본질을 직시해야만 한다”며 “(그릇된) 옛 해법(긴축정책)에 매달려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유럽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소로스 회장이 2009년 500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INET의 홍콩 콘퍼런스에 한국 독점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 콘퍼런스는 지난 6일 폐막했다.

▷세계 경제가 급변하고 있다. 한국은 대외 위기 충격뿐 아니라 성장률 둔화라는 문제에도 처했다.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를 부탁한다.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하다. 원론적인 답변으로 대신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은 ‘지적파산’이기도 했다. 금융시장 시스템이 붕괴된 것으로 경제이론의 근간을 바닥부터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학의 존재 이유는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한 것 아닌가. (그 같은 기능을 상실한) 과거 대응책으로는 답이 나올 수 없다. 옛 사고의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눈으로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해결책도 찾아볼 수 있다.”

▷새로운 시각이라는 게 너무 추상적이다.

“현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무릇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문제의 핵심을 놓치곤 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해법에 도달할 수 있다.”

▷옛 이론에 집착한 잘못된 해법의 예는.

“독일 주도로 긴축정책을 해법으로 들고 나선 유럽이다. 유럽 위기는 가장 뜨거운 이슈지만 그 해결법에선 국제적 협력을 이루지 못한 채 혼란을 겪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위기 해법으로 양적완화 정책이 (일반 해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긴축정책이라는 옛 해법을 고수하는) 마지막으로 남은 전통주의자다. 독일은 지난 25년간 일본을 느린 죽음으로 몰아갔던 길로 이제 막 들어서고 있다. 일본이 (시행착오 끝에) 탈출하고 있는 지점으로 유럽이 들어가고 있다. 이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을 야기할 것이다.” (소로스 회장은 이 표현을 포럼 기간 동안 수차례 반복했다.)

▷그러면 양적완화 정책이 올바른 해법인가. 당신은 일본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과 그에 따른 엔화약세 정책을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하지 않았나.

“양적완화 정책은 통화가치절하 효과를 가져온다. (각국 간 공조 아래) 그것이 조화롭게 이뤄진다면 괜찮다. 하지만 여러 나라가 경쟁적으로 양적완화를 한다면 국제 경제의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

▷긴축정책도 잘못된 길이라고 하고, 양적완화도 문제라고 하는데 어떤 게 올바른 해법인가.

“과거에도 위기 해법은 새로운 사고에서 나왔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비롯한 소수의 서클 멤버들이 1930년대 대공황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출구(일반 이론)를 제시한 것을 떠올려 보라. 기존 주류 경제학은 진실의 절반만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INET이 이번 포럼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고 보는가.

“(웃으며) 당신(기자)은 어떻게 생각하나. 새로운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INET을 만든 이유다. 미래는 오늘 사람이 하는 것에 달려 있다.”

▷경제학의 목적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하다고 보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한 해석과 예측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물리학 같은 순수과학에서나 가능하다. 경제학은 ‘생각하는 참여자’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행동이 사회 현상 자체를 변화시키기에 완벽한 예측은 힘들다. 연구 대상과 연구 주체가 명확히 분리되는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과학은 둘 사이의 상호 영향이라는 변수가 있는 것이다. 경제학은 물리학을 질시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불확실성 탓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는 그 자체가 더 나은 예측을 할 수 있게 한다. 어떤 것이 틀린 것인 줄 알게 되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이용하고 참여할 수 있을지 판단 가능하다.”

▷당신의 스승인 카를 포퍼의 저술이 생각난다. 좀 어렵기도 하다. 당신은 큰돈을 벌었는데, 미래를 예측했기 때문인가.

“나는 금융시장에 몸담아 왔다. 금융시장이 재밌는 게 가격이라는 것을 통해 시장 참가자들의 평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기대와 시장의 예상이 어떻게 다른지 곧바로 비교할 수 있어 유용하다. 나의 판단과 시장 가격 간 차이가 크다면 그것은 그만큼 이득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의 판단과 현재 가격 간 격차가 크면 클수록 더 큰 기회일 가능성이 있다. 만약 시장이 아니라 나의 판단이 틀린 것이라면 곧바로 고친다. 하지만 만약 시장이 틀린 것이라면 나는 베팅을 늘린다. 내가 더 큰 이익을 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를 읽는 당신의 눈으로 볼 때 현재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피할 수 있는 위기는 피해야 한다. 적어도 유럽 위기는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홍콩=김동욱/강영연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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