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명 잘 뽑으니…멕시코 경제 '질주'
그는 지난해 7월 대선 때까지만 해도 독재로 악명 높던 부패 정당의 후보였다. 그런 그를 국민은 선택했다. 오랜 경기침체에 지친 탓이다. “부패 정권이 돌아왔다”는 탄식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정권을 잡은 멕시코 제도혁명당(PRI)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사진) 얘기다.

그러나 넉 달 만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페냐 니에토가 독과점 기업 해체 등 경제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면서부터다.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멕시코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대선 당시 38%였던 페냐 니에토의 최근 지지율은 60%까지 뛰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멕시코 새 영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평했다.

◆‘니에토믹스’ 칼 빼든 멕시코

NYT는 “지난 1년간 멕시코 증시의 주가지수인 IPC지수가 17% 이상 오르는 등 멕시코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며 “지난해 570억달러(약 62조원)에 달하는 돈이 멕시코 주식과 채권시장에 몰렸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브라질에 투자된 금액보다 5배 더 많은 금액이다.

대통령 한명 잘 뽑으니…멕시코 경제 '질주'
기업공개(IPO)도 활발해졌다. 올해만 15개 대형업체가 멕시코 증시 상장을 예고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BBB인 멕시코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페냐 니에토가 실시하고 있는 전방위적 경제 개혁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인 덕이다. 그는 취임식에서 “내 목표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빈곤 퇴치”라며 “멕시코의 변화를 위해 독과점 기업부터 해체하겠다”고 외쳤다. 독점 기업인 국영 석유회사의 지분부터 민간에 팔기로 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멕시코로 향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페냐 니에토를 향한 눈길이 고왔던 건 아니었다. 그가 속한 PRI는 과거 71년간 멕시코를 지배하며 비리와 부패로 얼룩졌다. 작년 대선 당시 “깔끔한 외모의 페냐 니에토를 내세워 부패 정당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개혁은 말뿐이고 결국 과거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취임하자마자 국민과의 약속을 실행에 옮겼다. 통신·방송시장을 장악한 재벌 그룹을 향해 ‘독점 철폐’의 칼을 빼들었다. 통신·방송분야 독점 규제 법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했다. 칼날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세계 1위 부자 카를로스 슬림이 소유한 통신 회사.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과거 모종의 뒷거래로 국영 통신 회사였던 텔멕스를 슬림에게 넘겨줬던 PRI의 과오를 페냐 니에토가 만회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탕평책 펼친 덕

멕시코 의회는 여소야대다. 그럼에도 페냐 니에토가 강력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이유는 야권을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대선과 총선 직후 그는 야당 대표와 차기 정부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모임을 시작했다. 두 야당은 한 달씩 돌아가며 여야협의체 대표를 맡아 차기 정부의 큰 틀을 만들었다. 전임 정부의 장관과 좌파 야당의 전 대표는 내각에 영입됐다.

이 덕에 페냐 니에토는 취임 직후 두 야당 대표와 함께 95개 개혁조치를 담은 ‘멕시코를 위한 협약’을 발표할 수 있었다. 취임 1주일 만에 교육개혁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여소야대의 상·하원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미국 매체 CSM은 “여야가 싸우고 있는 미국 정치권은 멕시코를 보고 배워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물론 멕시코 경제를 낙관하기보다는 개혁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페냐 니에토가 부패 기업 등과 비리로 엮인 PRI의 굴레를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고은이/홍선표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