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공동소유권 주장
한국가스공사 광구 포함 주목
꼬이는 키프로스 자금조달…이번엔 '터키 암초' 걸렸다

그리스 국채에 몰빵 투자한 은행들의 손실로 국가 부도위기에 몰린 키프로스 사태가 이웃 국가와의 천연가스 소유·개발권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키프로스가 바다 밑에 있는 천연가스를 러시아에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리려 하자 터키가 친(親)터키 정권이 들어선 북키프로스터키공화국을 통해 해상 광구의 공동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1월 개발권 일부를 낙찰받은 3개 해상광구도 이곳에 포함돼 있다.

터키 정부 고위관계자는 21일(현지시간) “키프로스는 바다 밑 천연가스 자원을 (북키프로스 동의 없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이를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프로스 남쪽 영해에는 전 세계 1년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26억t가량의 가스(LNG 환산기준)가 매장돼 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한 키프로스는 은행 정상화를 위해 더 필요한 자금 70억유로를 예금자 부담금과 천연가스 담보 차관으로 메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의 자금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미칼리스 사리스 키프로스 재무장관은 22일 성과없이 귀국했다.

지중해 동쪽 작은 섬 키프로스는 1974년 그리스계와 터키계의 분쟁 결과 남북으로 분단됐다. 당시 양측은 육상 경계선을 설정했지만 해상영토는 구분하지 않았다. 터키는 북키프로스가 키프로스와 동등한 영해 개발권을 가진다며 지분을 요구하고 있지만, 키프로스는 이를 무시하고 지난해 2월부터 광구 개발권 매각에 나섰다. 이에 터키는 해당 해역에 군함을 파견해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가스공사는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니(ENI)와 공동으로 2·3·9광구를 낙찰받았다. 3년간 탐사를 거쳐 최대 35년 동안 가스를 시추한다는 조건이다. 가스공사가 지분 20%, 에니가 80%를 가져가는 구조다. 3개 광구를 합한 가스 매장량은 최소 4억t 이상으로 추산된다. 계약에 따라 천연가스의 절반 정도를 키프로스가 가져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스공사는 한국이 16개월간 쓸 수 있는 4000만t의 가스를 조달할 수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유럽연합(EU)과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이 키프로스의 손을 들어주고 있어 터키가 공동소유권을 주장하더라도 개발은 가능할 것”이라며 “자금 조달을 위한 담보는 키프로스 정부 지분에 한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개발권에 문제가 생기면 적절한 보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경목/조미현 기자 autonom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