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운구행렬 속 軍박물관으로 시신 이송
16일도 시신 공개키로…장지는 국립묘지나 고향 사바네타 유력

최근 암 투병 끝에 사망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시신이 거대한 추모 행렬 속에 수도 카라카스 군사학교에서 군 박물관으로 다시 이송돼 임시 안치됐다.

15일(현지시간) 중남미 TV네트워크인 '텔레수르'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군사학교 예배당에서 차베스 시신 이송에 앞서 추모 행사를 치렀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국회의장은 "단결과 투쟁, 전쟁, 승리라는 사령관 차베스의 유산을 따를 것이다.

고맙습니다.

차베스"라며 작별 인사를 했다.

차베스의 시신과 함께 군사학교를 떠난 운구 행렬은 20㎞가량 떨어진 군 박물관으로 향했고, 시신은 당분간 군 박물관 내에 머물며 지지자들의 참배를 받게 된다.

이날 붉은 티셔츠를 입은 차베스 지지자들은 운구 경로를 따라 도심 거리를 가득 메운 채 국기와 손을 흔들며 애도했다.

무리 속에 섞여 웃거나 우는 사람 모두 차베스의 영면을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서부 카라카스의 '1월 23일' 구역에 있는 군 박물관은 '산의 병영'으로 불리며 차베스가 1992년 동료 장교들과 쿠데타를 기도했던 곳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당초 차베스의 시신을 박물관으로 옮겨 방부 처리한 뒤 영구 전시하기로 했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영구 보존 계획을 폐기했다.

에르네스토 비예가스 통신 정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러시아 전문가들은 차베스 시신을 방부처리하기 위해서는 러시아로 옮겨 7∼8개월을 있어야 한다고 알려왔다면서 시신 영구보존 방안은 배제됐다고 전했다.

대신 군 박물관에 새롭게 안치된 차베스 시신을 16일에도 대중에게 공개해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현지 일간지인 '엘 우니베르살'이 보도했다.

16일 이후에도 차베스 시신을 공개할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는 차베스가 영구 안치될 장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시몬 볼리바르 등 베네수엘라 독립 영웅들이 묻힌 국립묘지나 고향인 사바네타 묘지로 영구 안치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국립묘지를 장지로 택하면 헌법이 걸림돌이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사후 25년이 지난 국가 지도자에 대해서만 국립묘지 안장을 허용하고 있어 이를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다수당인 집권당은 국립묘지 안치를 위한 헌법 개정을 논의키로 했지만 생전 차베스가 고향인 사바네타에 묻히고 싶어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회의는 미뤄졌다.

과거 차베스는 어린 시절 자신을 돌보고 키워줬던 할머니 로사 이네스의 묘 옆에 묻히고 싶다는 바람을 자주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