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하고 '로마 주교'라 칭하며 몸 낮춰…특별 차량 마다해
건배 자리에서 "하느님이 당신들을 용서하길" 농담

"아시다시피 콘클라베에서는 로마에 주교를 세웁니다.추기경 형제들이 로마 주교를 찾으러 세상 끝까지 간 것 같습니다."

13일(현지시간) 남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12억 가톨릭을 이끌게 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벼운 농담에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앞서 흰 의상만 입고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타난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간단한 "형제·자매들이여, 안녕하세요"였다.

교황은 "부탁이 있다"고 운을 떼고 자신을 위해 기도해달라면서 고개 숙여 절을 했다.

수만이 운집한 광장은 잠시 고요해졌고 이내 교황은 군중을 축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활짝 웃으며 "편안한 밤을 보내라"고 빌었다.

뉴욕타임스가 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모습이다.

광장에서 기다리다 예상 밖의 인물이 교황이 되자 당황했던 로마의 아드리아노 푸르고니 신부는 잔뜩 흥분해 소박한 교황에게 "사로잡혔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을 스스로 '로마 주교'라고 칭한 것을 언급했다.

세계 가톨릭의 지도자이자 로마 주교가 된 그가 '교황' 대신 '로마 주교'라는 말을 써서 겸손함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푸르고니 신부는 또 교황이 신자들을 먼저 축복하기보다 자신을 축복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마우리지오 피스콜라 신부도 새 교황이 "대단히 겸손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기경으로 있을 때도 버스를 타고 다니며 손수 음식을 해 먹는 소박한 생활로 이름 높았다.

그는 교황으로 뽑히고 나서도 호텔로 이동할 때 특별 차량을 마다하고 추기경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고 AP 통신이 뉴욕의 티머시 돌런 추기경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돌런 추기경은 콘클라베에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교황이 되는 데 필요한 77표를 얻었을 때 추기경들이 손뼉을 쳤다고 전했다.

이어 개표가 끝나고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교황 책무를 맡겠다고 했을 때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NBC 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돌런 추기경은 또 새 교황은 "우리의 마음을 얻었다"면서 그가 이미 자신의 역할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돌런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교황이 건배를 제안할 때 "하느님이 당신들을 용서하길"이라는 농담을 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면서 "우리 보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교황 공식 트위터 계정(@Pontifex)을 통해 라틴어로 "새 교황이 나왔다"는 뜻의 글을 처음으로 보냈다.

그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해 12월부터 사용한 계정을 이어받았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