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정권 탄압에 자금줄 끊긴 탓' 분석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으로 내달 대통령 재선거를 앞둔 베네수엘라에서 유일한 '반(反)차베스-친(親)야권' 성향의 TV 뉴스전문채널로 여겨지는 한 언론매체가 곧 팔릴 상황에 놓였다.

글로보비지온(Globovision) 길레르모 줄로아가 사장은 11일(현지시간)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사가 매각될 것이라고 알렸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회사가 "정치적으로, 재무적으로, 법적으로" 더는 생존 가능하지 않다면서 장비 구매 자금을 빌릴 수 없게 됐다고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 보험회사 라 비타리시아 사장인 후안 도밍고 코르데로가 인수자라고 소개했다.

줄로아가 사장은 글로보비지온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보비지온 직원들은 매각이 대선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새 주인인 코르데로 사장은 차베스 측근인 디오스다도 카베요 국회의장 같은 정부 관리들과 가깝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주인이 바뀐 이후 편집라인 교체와 일부 직원의 해고가 단행될 것이라고 직원들은 안타까워했다.

글로보비지온은 민영방송 4개 TV 채널 가운데 유일하게 차베스 정부에 비판적 보도를 해온 채널이다.

베네수엘라 전기통신위원회는 2002년 석유 파업 당시 반정부 단체들에 방송시간을 무료로 제공해 부과받은 230만달러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등 4가지 사안과 관련해 글로보비지온을 2009년 조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 국제언론인협회(IPI) 등은 언론자유에 대한 탄압이라고 비난했다.

또 최근에도 카베요 국회의장 등은 차베스 취임식 연기의 위헌 소지를 제기한 글로보비지온의 보도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보도하고 있다며 감독당국의 제재를 촉구한 바도 있다.

오너인 줄로아가 사장 역시 2010년에 차베스는 공격적이라고 발언했다는 이유로 군 정보당국에 잠시 구금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4월 14일 치러질 대선에서는 차베스가 후계자로 지명한 니콜라스 마두로 임시 대통령과 야권 통합체인 민주통합원탁회의(MUD)의 엔리케 카프릴레스 미란다주(州) 주지사가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현재 차베스 추모 분위기가 계속되며 지지자들이 결집하고 있어 마두로가 카프릴레스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