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시장경제 확대 vs 사회주의 회귀
'자본주의'광저우 -'사회주의'충칭 가보니

광둥모델, 소자본으로 창업 쉬워 기업활동 자유
충칭 모델, 방 2개 아파트 월세 12만원…의료혜택 보장
두 경제 모델 승패가 10년 후 후계구도 영향
[시진핑 10년, 기로에 선 한국] 창업가 키우는 광저우냐, 임대주택 주는 충칭이냐

탄샤오룽(31)과 류훙(29) 씨. 둘 다 중국 후난성 출신이지만 탄씨는 광둥성 광저우 인근 산업단지에서 창업한 기업인이고, 류씨는 중국의 4대 직할시 가운데 하나인 충칭의 도심 근처 임대주택단지에 사는 근로자다.

2000년대 초 광저우로 올라온 탄씨는 2011년 봉제인형 생산공장을 차렸다. 아직 큰 이익은 내지 못하나 종업원 150명을 두고 성장하고 있는 회사의 ‘사장님’이다. 충칭 도심의 빌딩 관리회사에서 일하는 류씨는 수입은 적지만 시정부가 제공한 저렴한 임대주택에서 만족하며 살고 있다. 탄씨가 아직 못 받은 도시 후커우(戶口·호적)도 갖고 있어 의료혜택을 받는 데 지장이 없다.

[시진핑 10년, 기로에 선 한국] 창업가 키우는 광저우냐, 임대주택 주는 충칭이냐

◆농민공에 임대주택 주는 충칭


광둥과 충칭은 중국 경제의 바람직한 성장 방식을 거론하거나 연구할 때 흔히 대비시키는 모델이다. 두 젊은이의 엇갈린 삶은 ‘광둥모델’과 ‘충칭모델’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서구 자본주의적인 광둥모델은 개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지만 빈부격차 확대와 사회안전망 부족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중국 사회주의적인 충칭모델은 소득격차 해소에는 효과적으로 보이지만 대규모 재정 지출이 필요해 지속가능성이 의심스럽다는 평가다. 공공 역할 확대가 민간 경제 발전을 제약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시진핑 시대를 맞은 중국 경제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충칭모델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도심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공공임대주택단지 ‘민신자위안(民心佳園)’. 이 단지는 사회주의적 발전을 주창한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가 현직에 있던 2011년 지어졌다. 1만7900가구 규모로 당시 충칭에는 52만 가구의 임대주택이 공급됐다. 수도 베이징이 뒤늦게 2015년까지 임대주택 30만 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과 대비된다.

류씨는 “방 2개가 있는 40㎡ 크기 아파트에 한 달 700위안(약 12만원)을 내면 살 수 있다”며 “봉급 수준에 비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주변 시세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만족해했다. 아파트 관리인은 “후커우에 상관없이 신청하면 살 수 있다”며 “다들 나가기 싫어해 새로 입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충칭은 대규모 임대주택을 건설해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근로자)들에게 살 곳을 제공하고 있다. 다른 도시와 달리 5년만 살면 제공하던 후커우의 취득 요건도 더욱 완화해 지난해부터는 신청하면 바로 후커우를 주도록 바꿨다. 농민공이 일하고 있는 도시에서 후커우를 취득하지 못해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못 받는 중국의 고질적인 문제가 충칭에서만큼은 해결된 것이다.

‘보시라이식’ 개혁과 충칭모델에 대한 현지의 평가는 좋다. 보시라이는 부패 혐의로 지난해 실각해 현재 수감돼 있는 상태다. 현지에 사는 한국인 사업가는 “충칭 주민들은 보시라이가 치안과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충칭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줬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젊은 창업가 만드는 광저우

‘사장님’이지만 낡은 옷을 입은 채 낡은 승용차를 타고 나온 탄씨의 꿈은 야무졌다. 그는 “광저우는 기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해 창업하기에 가장 좋은 지역이어서 적은 자본으로도 사업을 시작할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작년 매출이 840만위안(약 14억6000만원)으로 기대에는 못 미쳤으나 회사가 좀 더 크면 고향인 후난에도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충칭모델과 광둥모델을 가르는 주요한 기준 중 하나는 민간 기업활동의 자유다. 2005년부터 3년간 광저우무역관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정민영 KOTRA 충칭무역관장도 “충칭에서는 중국 기업들과 만남이 있을 때마다 해당 기업에 지분이 있는 국영자산관리회사 관계자가 따라나와 불편하다”며 “광저우와 상반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충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의 한 주재원은 “큰 정치 행사가 있으면 기업 활동을 모두 멈춘다”며 “올해는 중국 설 연휴인 춘제(春節)에 이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까지 열리고 있어 사실상 두 달 넘게 중국 기업과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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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가 차기 국가주석 결정?

광둥모델과 충칭모델 간 승패가 10년 뒤 중국의 후계구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와 쑨정차이 충칭시 당서기는 지난해 11월 공산당대회에서 25명의 정치국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정치국 위원 중 40대에 선출된 것은 두 사람뿐이어서 시진핑 당 총서기(국가주석직은 3월14일 전인대에서 승계)와 리커창 총리가 밟았던 코스와 같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두 사람이 광둥모델과 충칭모델에 어떤 변화를 주고,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다음 국가주석의 얼굴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경쟁적으로 기존 모델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쑨정차이는 올해 초부터 공식석상에서 민간 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 간섭의 최소화, 효율적인 시장환경 조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공공이 경제를 주도하는 충칭모델에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후춘화도 충칭모델 일부를 광둥성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달 광저우에 6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농민공을 위해 도시 후커우제도도 점차 완화할 계획이다.

충칭·광저우=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한경·아산정책연구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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