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도 환율전쟁 '참전'…중앙銀 총재, 양적완화 확대 지지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가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했다. 영국이 엔저(低)에 대응해 조만간 ‘환율 전쟁’에 가세할 것이란 관측이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시중에서 국채 등의 채권을 매입하면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다.

BOE가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 6~7일의 통화정책 회의록에 따르면 9명으로 구성된 통화정책회의에서 3750억파운드(약 625조원)인 자산매입 규모 한도의 증액을 놓고 표결을 실시한 결과 6 대 3으로 동결 결정이 내려졌다.

당초 시장에선 8 대 1로 동결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머빈 킹 BOE 총재와 또 다른 위원이 ‘인플레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자산매입 한도를 4000억파운드로 확대하자는 데이비드 마일스 위원의 견해에 동조한 것이다. BOE 회의록이 공개되자 파운드화 가치는 급락했다. 파운드당 1.52달러까지 하락해 작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킹 총재가 이례적으로 소수의견에 동조하며 양적완화 확대를 지지한 것에 대해 “영국 경제 회생을 위한 용단”이라고 평했다. 킹 총재는 오는 6월 물러나고 마크 카니 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뒤를 잇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카니 총재는 킹 총재보다 양적완화 필요성을 더 강조해 온 인물”이라며 미 중앙은행(Fed)과 비슷한 수준의 양적완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로스 워커 이코노미스트는 “물러나는 킹 총재의 이번 메시지는 BOE가 보다 공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엔저에 파운드 절하 압박까지 가세하면서 신흥국이 대책 마련에 애를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에서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대만 등이 속속 외환시장에 개입하거나 그럴 태세라고 전했다. 중남미의 브라질 페루, 동유럽의 체코 헝가리 폴란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