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 정책)’에 따른 엔화의 평가절하를 용인하는 속내는 뭘까.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아태지역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협상 테이블에 일본을 끌어들이고 미국산 셰일가스(진흙 퇴적암층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뒷거래’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아담 포젠 소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PIIE가 주최한 ‘아베노믹스와 미·일 정상회담’ 세미나에서 “오는 22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엔화 환율, TPP, 셰일가스 수출 등이 주요 경제 이슈로 다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젠 소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미국은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을 지지한다. 그 대신 TPP 협상에 참여하라. 그리고 일본에 수출할 천연가스(셰일가스)가 충분하다’고 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독일 프랑스 브라질 등이 자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하락을 우려해 엔저(低)를 비난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이 엔저를 용인하는 데는 이 같은 이해관계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수출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아우르는 자유무역협상인 TPP를 추진하고 있지만 일본은 그동안 참여를 꺼려 왔다.

미국은 또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인 일본에 셰일가스를 수출함으로써 경기를 부양하고 에너지 패권을 확보할 수 있다. 엔저로 인한 미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약화라는 실(失)보다 경제 전체적으로 득(得)이 많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한 3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북한의 해외 송금 차단 등 강력한 경제 제재 등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