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퇴진하라" 구호도 나와

이집트에서 1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과 그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대와 진압 경찰이 충돌했다.

이집트인 수천 명은 이날 금요예배를 마친 뒤 거리로 쏟아져 나와 민주화 성지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과 대통령궁으로 행진했다.

시위대는 대통령궁 바로 앞에서 최근 포트사이드와 수에즈에서 벌어진 유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무르시 퇴진"을 요구했다.

또 대통령궁 문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무르시 대통령을 비난했다.

지난 25일부터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위대가 대통령궁 코앞까지 들이닥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위대 사이에서 "알라 이외 신은 없다" "무르시는 신의 적이다"란 구호도 나왔다.

이에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고 20명을 체포했다.

보건 당국은 시위대 1명이 가슴과 이마에 총을 맞아 숨졌고 지금까지 50여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이집트 공화국 수비대는 "시위대 일부가 대통령궁 부지로 진입을 시도해 경찰 병력과 장갑 차량을 전진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폭력 시위를 벌이는 시위 참가자는 수십명에 불과하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전했다.

앞서 이들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거리시위를 하며 "자유" "무르시는 정당성을 잃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무르시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는 지중해 도시 알렉산드리아와 포트사이드에서도 동시에 진행됐다.

야권과 자유주의 세력이 주축이 된 범야권그룹 '구국전선'은 지난해 12월 통과된 새 헌법의 개정과 거국 정부 구성을 요구했다.

이날 시위는 시민혁명 2주년을 맞아 지난달 25일 무르시 반대 시위대와 진압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60명 이상이 숨지고 정국이 매우 불안한 가운데 열린 것이다.

포트사이드에서는 지난달 26일 축구 참사에 연루된 피고인들에게 사형을 선고한 법원의 판결에 반발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민간인 39명, 경찰관 2명이 숨졌고 수에즈와 이스마일리아에서도 혁명 발발 2주년 때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과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살라피스트는 이날 반정부 시위에 대항하는 집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의 당수 사드 알 카타트니는 "민주화 이행 과정에서 대화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조건 없는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집트 내무부는 성명을 내고 "평화로운 시위를 존중하겠다"며 모든 정치 세력에 폭력 시위 자제를 당부했다.

무르시는 시위대로부터 시민혁명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르시는 시민혁명으로 2011년 2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퇴진하자 무슬림형제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6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무르시가 지난해 말 자신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파라오 헌법 선언'을 발표한 데 이어 이슬람 색채가 짙어진 새 헌법을 강행 처리하자 시민혁명 2주년을 전후로 나흘간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이집트 정부는 포트사이드, 수에즈, 이스마일리아 등에 지난달 27일 3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 통행금지 명령을 내렸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