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총기 사고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과 일주일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취임식에서 축하 공연을 한 여고생이 총격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30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킹 칼리지 프렙 고등학교에 다니던 하디야 펜들턴(15)이 전날 오후 2시30분께 학교 인근 공원에서 신원 불명의 한 남성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펜들턴은 시험을 마치고 학교가 일찍 파하자 배구부 친구 10여 명과 함께 공원에 갔으며 비를 피해 천막 아래 서 있던 중이었다.

이때 총을 든 한 남성이 공원 울타리를 넘어 들어와 학생들을 향해 총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범행 후 현장에서 벗어나 차를 타고 달아났으며 체포되지 않았다.

펜들턴은 등에 총을 맞고 시카고대학병원으로 옮겨진 지 30분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펜들턴 이외에도 17세 남학생 1명이 총격을 받아 중태이며 또 다른 남학생은 다리에 총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가족들은 "펜들턴은 모범생이었고 킹 칼리지 프렙 고교 마칭밴드 지휘자였으며 배구선수로도 활약했다"면서 "성격이 밝은 전도양양한 학생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주 워싱턴 D.C.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을 때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사진과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펜들턴은 오바마 취임식에서 킹 칼리지 프렙 고등학교 밴드부와 함께 공연했다.

시카고 경찰은 "하디야는 폭력조직에 가담해있지 않지만 사건 발생 당시 함께 어울려 있던 학생들 가운데 폭력조직원이 섞여 있다"며 "오발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은 시카고 남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지역이며 오바마 대통령의 자택 소재지인 켄우드지역과 인접해있다.

주민들은 "사고없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였다"며 "모두가 충격에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여사가 하디야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표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악을 근절할 수는 없다 해도 만일 단 한 명의 어린 목숨을 구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총기 폭력에 단호히 맞서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코네티컷주 뉴타운 초등학교 총기 참사, 콜로라도주 오로라 사건, 버지니아공대 사건, 위스콘신주 시크사원 사건, 시카고 총기 사고 등 모두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또 다른 사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