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독단적 작전에 북아프리카 전략 수정 고민

알제리에서 벌어진 대규모 인질극은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남긴 채 19일(현지시간) 사실상 종료됐지만 미국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알제리 정부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무리한 군사작전을 진행한 탓에 알제리와 협조해 북아프리카 알 카에다 소탕을 모색해온 미국으로서는 작전 재검토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태로 미국이 북아프리카지역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사실상 난관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당초 미국은 북아프리카지역에서 기승을 부리는 알 카에다 연계 무장 단체 소탕을 위해 알제리 정부와 군사 협력을 모색해왔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이 몇 달 전부터 알제리를 수차례 방문해 유엔의 말리 내전 개입에 동참해달라고 설득해오던 차였다.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알제리 군대가 가장 강하고 정보력도 많아서 말리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알제리군의 개입이 필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알제리는 또 알 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AQIM)의 발생지기도 하다.

AQIM의 지도부가 대부분 알제리 출신이고 이번 인질 사태의 배후로 꼽히는 모크타르 벨모크타르도 AQIM 소속이다.

때문에 알제리는 알 카에다 무장단체에 대한 정보력도 뛰어나 미국도 알제리의 정보력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이번 인질극 사태에서 보여준 알제리의 독단적인 행동은 미국이 과연 알제리를 계속 믿고 의지해도 좋을지 의문을 낳게 했다고 WP는 분석했다.

알제리 정부가 신중을 기해달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묵살하고 미국 측에도 군사 작전을 통보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알제리 관계가 다소 껄끄러워진 것이 사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이번 참사의 책임은 전적으로 테러리스트들에게 있고 미국은 알제리 정부와 계속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미국으로서는 북아프리카지역의 전략을 그대로 밀고 나갈지, 알제리 정부가 계속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인지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다.

북아프리카지역 안보 전문가 제오프 포터는 이와 관련해 "결과적으로 미국은 6~8개월간의 외교력을 낭비한 꼴이 됐다"고 평가했다.

사실 알제리는 말리, 니제르 등으로 세력을 넓혀간 AQIM을 국경 밖에서까지 맞서는 데는 주저해왔다.

알제리로서는 1990년대 자국이 이슬람 무장단체와 내전에 휩싸였을 때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도 다른 나라를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을 별로 느끼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알제리는 말리에 정찰기를 보내도록 영공을 열어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종종 사전고지를 요구하거나 건별로 승낙해주는 등 까다롭게 굴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그동안 군사 훈련이나 자금 지원 등 가능한 가벼운 개입을 유지해온 미국이 북아프리카 군사 작전을 다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WSJ에 따르면 백악관과 아프리카 전문가들은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이 현지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이슬람 반군을 더 격분시킬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하지만 알제리 인질사태 등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테러 단체 활동이 증가하면서 미국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

더구나 프랑스의 군사 개입을 지원키로 한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알제리 인질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미국의 선택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