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축출뒤 무기확산 위기 촉매됐다' 분석도

알제리 천연가스 생산공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국제 인질극에 리비아에 근거를 둔 다국적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 세력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알제리 동부 인아메나스의 천연가스 공장을 공격한 무장요원들은 리비아 남부에 자리한 이슬람 무장세력 캠프에서 훈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이 전했다.

한 미국 관리도 인질범들이 이번 공격을 위해 알제리와 리비아 간 국경을 넘어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CNN 측에 말했다.

리비아에는 알제리·모로코·모리타니 등 인접국과 말리 유목민 투아레그족 출신 이슬람 전사 등으로 구성된 무장세력의 캠프 세 곳이 알제리 접경에서 멀지 않은 사막도시 사브하 남쪽 지역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일어난 가스 생산공장은 알제리-리비아 국경과 약 50km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현지 치안 소식통은 이들 캠프가 공격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캠프 가운데 한 곳의 지도자는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구소련군과 전쟁을 치른 리비아 출신 베테랑 전사로 알려졌다.

서방 정보 당국 관계자들은 이번 인질극의 총 배후로 알려진 모크타르 벨모크타르(41)가 지난 2011년 리비아를 방문했을 때 이 지도자를 만난 것으로 보고 있다.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NTC) 산하 정보기관의 수장을 지냈던 라미 엘 오베이디도 이들 캠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CNN에 확인했다.

또 리비아의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이 말리 내 무장 집단들과 '알 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AQIM)'에 병참지원 및 자금 공급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리비아 정부는 무장세력과의 정면 대결을 두려워해 이 지역에서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오베이디는 지적했다.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축출했던 지난 2011년 리비아 내전의 여파가 이번 인질사태를 촉발한 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카다피 정권의 무기고에서 흘러나온 다량의 무기와 다수의 무장 요원들이 아프리카 북부 이슬람 지역의 위기 상황을 키운 촉매제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19일 지적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지대공미사일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지나치게 기력을 소진했고, 그 바람에 고성능 재래무기의 확산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피터 부캐르트 긴급대응국장은 "리비아 내전 이후의 무기 확산 현상은 이전의 어떤 분쟁보다 심하다"며 "이라크,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과 비교하면 흘러나간 무기의 양이 10배는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