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 취임을 목전에 두고 때아닌 자동차 번호판 교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5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전용 리무진에 '대표 없이 과세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라는 문구가 새겨진 번호판을 달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00년 처음 사용한 동일 문구의 번호판을 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떼어낸 이래 십여 년 만의 부활이다.

이는 국회의원 선출권을 요구하는 컬럼비아 특별구(DC)가 백악관을 압박한 결과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미국의 '정치 1번가'에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없다니, 대체 무슨 말일까.

헌법이 의회는 주(州)의 대표자들로만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의회는 1801년 의사당 설립 이래 워싱턴 시민에게 의원을 뽑는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민주와 공화 양당은 지난 수십 년간 워싱턴 DC에 의원을 두느냐를 놓고 논란을 벌여왔다.

소수인종이 전체 유권자의 66%에 달하는 워싱턴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이에 상하원에서 1석이 아쉬운 공화당이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연방세금 납세 규모가 연평균 40억달러에 달하는 DC에는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지난 11일 백악관을 방문한 메리 체(민주) DC 시의원은 새 번호판이 워싱턴의 이같은 현실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관계자들을 압박했다.

백악관 대변인실은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DC에서 보낸 지난 4년간 이 도시 근로 가정이 성실히 일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세금을 내면서도 의회 투표권을 가지지 못한 사실이 얼마나 부당한지 몸소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워싱턴 시민에게 온전한 대의권을 부여하고 도시의 투표권과 행정·재정적 자치를 지켜내고자 하는 대통령의 헌신과 투쟁의지를 보여준다"고 대변인실은 덧붙였다.

새 번호판은 오는 21일 열리는 재선 취임식 거리행진에서 처음 공개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이 번호판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