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홍보에 지나친 활용" 학내 논란도

지난해 3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문해 특강을 한 한국외국어대의 '오바마 짝사랑(?)'이 식지 않고 있다.

14일 한국외대에서는 '오바마 홀' 명명식이 열린다.

한국외대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지난해 11월 강연장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고, 이번 행사는 그의 재선 취임식(21일)에 맞춰 열리는 것이다.

지난해 3월26일 이곳에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이란 주제로 40여분간 이뤄진 오바마 대통령의 특강은 국내 대학에서 현역 미국 대통령의 첫 강연이란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국외대는 이후 '역사적인 강연'을 기념하는 각종 사업을 벌여왔다.

지난해 4월에는 그가 학교에 도착해 강연장까지 걸어간 동선을 스티커로 이어붙여 '오바마 트레일'을 조성했다.

학교 도서관 입구와 홈페이지에도 그의 사진이 걸려 있다.

'오바마'를 이용한 삼행시 짓기, 특별연설 감상문 쓰기 등 공모전도 열었다.

선정된 사람은 10만∼50만원의 상금을 받았고 그 중 한 명은 미국 방문을 위한 왕복 항공권과 체재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학내에서는 '오바마'란 이름을 지나치게 학교 홍보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바마 대학'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 아니냐", "학교가 '오바마 효과'에 지나치게 기대려고 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다만 "학교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일부 있다.

학생 김모(21·여)씨는 "학교를 방문한 다른 국가 원수도 많은데, 45개 외국어를 가르치는 대학이 미국 대통령이란 이유만으로 이러는 것이 볼썽사납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그의 강연을 행사 소재로만 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오히려 그가 강연에서 역설한 '세계 평화' 같은 가치를 구현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투자를 통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현역 미국 대통령의 본교 강연은 개교 이래 최대 경사"라며 "오바마홀은 그의 연설을 직접 본 학생들은 물론 신입생과 외빈에게도 역사적인 곳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