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 근처 에갈레오산에서 순찰을 돌던 환경운동가 그리고리스 구르도미칼리스는 최근 불법적으로 나무를 베던 한 청년을 붙잡았다. 청년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직업을 잃었는데 기온은 뚝 떨어지고 아이들과 함께 사는 집에 난방용 기름이 떨어져 집을 따뜻하게 덥힐 땔나무가 필요하다”며 눈감아달라고 애원했다. 아테네환경연합 대표인 구로도미칼리스는 “청년이 나무를 가지고 가도록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스 전역의 공원과 숲에서 올겨울에만 수만 그루의 나무가 사라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정위기와 이에 따른 긴축정책으로 직장을 잃거나 파산한 사람들이 전기나 기름을 살 돈이 없어 불법적으로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사용하면서다.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벌목이 평소의 두 배로 늘어났다. 그리스 환경부가 지난해 압수한 불법 벌목 나무는 1만3000에 달했다.

이는 심각한 환경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난방을 위해 페인트칠이 된 가구, 오래된 책 등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벽난로에 집어넣으면서 공기가 크게 오염되고 있는 것. 아테네 교외지역 마루시에서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공기오염도가 유럽연합(EU) 기준치의 두 배로 치솟기도 했다.

그리스 북부의 학교들은 난방을 못해 수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초에는 메소로피 지역 한 가정의 벽난로에서 불이 나 자녀 세 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긴축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목소리가 높이고 있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파노스 스쿨레티스 대변인은 “긴축 정책이 그리스인들이 숲을 파괴하고 스모그 속에 살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13일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굴욕적인 유로존 퇴출 위기를 넘겼지만 그런 위험에 다시 처하지 않으려면 과감한 개혁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