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지역, 청바지·티셔츠 금지 등 여성 통제 강화

버스 집단성폭행 사건으로 성폭행 방지를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인도 시골지역은 서양 문화 유입 등을 사건 원인으로 지목하며 오히려 여성 권리 제한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지난달 16일 밤 뉴델리에서 한 여대생(23)이 버스를 타고 가다 남성 6명에게 집단성폭행을 당하고 나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 대책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라 벌어졌다.

그러나 인도 북부 하리아나주(州)의 케다르 마을 등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시골 지역에서 여성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를 성폭행 방지 대책으로 내놓으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

케다르 마을의회는 지난 주말 결혼식에서 상스러운 노래를 금지하고, 여학생의 휴대전화 학교 반입 불허, 여성의 청바지·티셔츠 금지 등을 결정했다.

시골지역에서는 도발적인 옷차림과 성적으로 노골적인 음악, 활동적인 여성상 등 서구화와 현대화를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여성 자유 제한에 나서고 있다.

12억 인구 대국인 인도의 국민 중 8억 명가량이 시골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뉴델리 사건을 계기로 여성을 바라보는 태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상반되는 것이다.

케다르 마을 대표인 샴셰르 싱은 "뉴델리 성폭행 사건을 전해 듣고 마을 어른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 마을처럼 작은 마을에서 한 여자 아이가 서양식 옷을 입으면 다른 여자 아이들도 모두 똑같은 것을 원하게 된다"며 서양식 옷차림 등을 금지한 배경을 밝혔다.

하리아나주 여성학연구센터의 레이차 탄와르 이사는 "인구 밀집 지역인 북부 등 시골 지역에서는 뉴델리 사건 이후 여성에 대한 태도가 오히려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면서 "이들 지역은 여성의 자전거 탑승과 단독 여행,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등 여성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델리 AFP=연합뉴스)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