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차기 국방장관에 공화당 출신인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을 지명하는 ‘탕평 인사’를 폈지만 오히려 공화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헤이글 전 의원이 국방비 감축을 주장해온 데다 이란에 대해 유화적이고 반(反)이스라엘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헤이글은 국방부 수장으로서 적임자가 아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헤이글의 (비우호적인) 시각은 양국 관계의 관리 능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헤이글은 다른 장관 지명자들과 마찬가지로 공정한 청문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친이스라엘 단체들도 임명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예고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헤이글 전 의원을 국방장관에 지명한 것은 공화당 출신이어서 탕평 인사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데다 국방비 감축을 밀어붙일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헤이글 지명과 관련해 이란과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지만 그의 첫째 임무는 국방예산 감축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헤이글 전 의원은 베트남전에 참전해 부상한 군인에게 수여하는 퍼플 하트 무공훈장을 2개나 받았지만 반전 운동에 앞장서왔다. 한때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으며 1996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 2002년 재선됐다. 외교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국제 현안을 해결하는 데 ‘힘’보다 ‘협상’을 강조해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해 강력히 압박할 때도 미국과 북한 관계 개선을 위해 직접 대화를 주장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무장관에 지명된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과는 같은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절친한 데다 비슷한 외교 철학을 갖고 있어 오바마 2기 외교안보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존 브레넌 백악관 대(對)테러·국토안보 보좌관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지명했다.

브레넌 보좌관은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 살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CIA에서 25년간 근무한 첩보 베테랑이다. 2008년 말 오바마 1기 행정부 출범 직전 CIA 국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당시 테러용의자에 대한 물 고문에 연루됐다는 논란으로 ‘정보수장’의 꿈을 이루지 못했으나 결국 친정인 CIA로 금의환향하게 됐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