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재정절벽'으로 떨어질 경우 저소득층의 타격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액수로만 따지면 부유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겠지만 인상되는 세율은 빈곤층이나 중간소득 계층에서 더 높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재정절벽을 회피하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협상이 수 개월째 지속되는 동안 이런 부분은 거의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재정절벽이 현실화되면 연소득 1만∼2만 달러 가구가 내야 하는 연방 세금은 현재의 평균 68달러에서 605달러로 10배 가까이 늘어난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맞벌이 부부나 아이가 있는 가정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있는 연소득 1만∼2만 달러의 가구는 현재 각종 세금 감면 혜택으로 연간 2천761 달러를 환급받게 되는데 재정절벽이 발생하면 환급액이 절반 수준인 1천324 달러로 줄어든다.

또 연소득 2만∼3만의 맞벌이 부부는 현재 15달러를 환급받게 있는데 협상 시한을 넘기게 되면 내년에는 오히려 1천408 달러를 내놓아야 한다.

세금정책센터의 로버턴 윌리엄스 선임 연구원은 "소득 수준에 따라 세율 인상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재정절벽이 발생하면 아이가 딸린 저소득층을 가장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재정절벽은 갑작스런 세금 인상과 정부의 재정지출 감소로 기업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현상을 일컫는 경제용어다.

연말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각종 세제 혜택이 끝나면서 내년 1월1일부터 대부분 납세자의 세율이 치솟고 연방정부의 재정지출도 자동적으로 대폭 삭감된다.

인상되는 세금은 총 5천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백악관과 공화당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 본격적인 협상에 나섰지만 아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족들과 함께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고 상·하원은 성탄절까지 문을 닫기 때문에 협상도 전면 중단된 상태다.

백악관은 26일부터 협상을 재개할 방침이지만 법안처리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연내 타결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욕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