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바스 수반은 우리의 대통령" 축제 분위기 이스라엘 `세금송금 중단' 보복 조치에 분노.."아직 평화 여정 갈길 멀어"

2일 오후 역사적인 유엔 비회원 옵서버 국가 승인을 기념하는 마무드 압바스 수반의 연설이 예정된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도시 라말라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에 빠져 있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가 위치한 라말라의 무카타 외곽에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유엔 193개 회원국 국기가 게양돼 있었으며 곳곳에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과 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인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의 사진이 함께 새겨진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팔레스타인 깃발을 손에 든 어린아이와 청년, 백발의 노인들 할것 없이 모두 나와 유엔 국가 승인을 축하하면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무카타는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연설에 앞서 팔레스타인 문인과 예술가 등이 참여하는 예술 공연도 곁들여 졌다.

오후 2께 마무드 압바스 수반이 유엔 승인 기념 연설을 위해 무카타에 설치된 임시 무대에 올라서자 축제는 그 절정에 달했다.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명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압바스 수반을 반겼다.

일부 팔레스타인 주민은 압바스 수반을 `아부 다울라 필라스틴'(팔레스타인 국가의 아버지)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압바스 수반은 "우리는 이제 국가를 가지게 됐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유엔에서 역사적인 업적을 이뤘습니다.

팔레스타인 남성과 여성들 여러분이 바로 이 업적을 이룬 것입니다.

전 세계가 팔레스타인의 자유와 독립에 찬성했고 이스라엘의 점령과 정착촌에 반대했습니다"라며 연설을 시작했다.

청중들은 압바스 수반을 전적으로 신임한다는 내용의 구호로 답했으며 20여분간의 연설 내내 박수와 구호가 쏟아졌다.

유엔 국가 승인 소감을 묻자 한 주민은 "이제 우리도 국가를 가지게 됐다.

네타냐후는 이제 그만. 우리는 정착촌을 원치 않는다.

우리의 옛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을 희망했다.

한 여성은 "가자와 우리는 하나"라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가 통치하는 가자 지구와 파타가 다스리는 요르단강 서안의 통합을 부르짖었다.

라말라 식당에서 만난 청년들은 "압바스 수반은 우리의 대통령"이라며 유엔 국가 승인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라말라 시내 일부 주민들은 "그저 옵서버 지위를 얻은 것에 불과한 것 아니냐"며 시큰둥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특히 유엔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세금 송금을 중단할 것임을 천명하는 등 보복성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불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94년 파리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을 대신해 징수한 관세와 통행세 등 각종 세금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매달 송금하고 있으며 이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예산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 주민은 "우리가 아무리 평화를 원해도 이스라엘이 싸움을 걸어온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이 유엔 회원국 183개국의 지지를 얻는 역사적인 외교적 승리를 거둔 것은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현실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의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라말라<팔레스타인>연합뉴스) 성일광 통신원 ilkwang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