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부 비협조 때문

힐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9월 이라크 외교장관에게 이라크 공항을 경유해 시리아로 향하는 이란 항공기를 철저하게 검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란 무기의 시리아 반입을 막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이라크가 지금까지 검색한 이란 항공기는 두 대에 불과했고 무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한 대는 이미 시리아에 화물을 내려놓고 이란으로 돌아가던 항공기였다.

이라크가 미국을 도우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대한 이란의 무기 공급을 막으려는 미국의 노력이 이라크의 비협조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군의 대대적인 공세에 시달리는 아사드 정권의 숨통을 조이려면 이란의 지원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데 아사드는 지금도 별 어려움 없이 이란 무기를 공급받고 있다.

이라크는 애초 약속과 달리 로켓과 대전차 미사일, 유탄발사기(RPG), 박격포 등을 싣고 자국을 거쳐 시리아로 들어가는 이란 항공기에 대한 무작위 검색을 않는다.

게다가 검색 예정일을 이란에 사전 통보해 검색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게 미국 측의 인식이다.

시리아가 무기를 보급받는 핵심 통로인 이라크 영공이 사실상 무방비로 뚫려 있는 셈이다.

한 당국자는 "이란이 이라크 하늘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여전한 걱정거리"라고 했다.

미국의 우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화학무기가 보관된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 지역에서 최근 새로운 활동 징후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미국 당국은 아사드 정권이 유사시에 이들 무기를 사용하려고 준비하는 것인지 아니면 반군을 지원하는 서방권을 향한 단순한 위협용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설명한다.

한 당국자는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사용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며 "단지 무기를 옮기는 것과는 다른 활동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은 폭탄에 장착하는 등의 노골적인 사용 움직임은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란과 시리아는 아랍권에서 최고의 맹방 관계다.

시리아는 자국에 무기를 공급하는 이란이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라크는 미국의 의심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자국 역시 이란 무기의 시리아 공급에 반대하는데 미국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몰아 세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리아에 인도적인 지원만 한다는 이란의 공식 입장도 언급한다.

이라크 총리실의 알라 알-무사위 대변인은 "미국은 이곳 상황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가 모든 이란 항공기를 검색해도 미국은 우리를 믿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