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푸틴 건강 문제로 12월 방문 계획 연기"..크렘린 즉각 반박

러시아와 일본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방러 일정 조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일본 교도 통신 등은 30일(현지시간) 노다 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아 애초 올해 12월로 예정됐던 노다 총리의 러시아 방문 일정이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 日총리 "푸틴 건강 때문에 방러 연기" = 노다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등(척추) 부상으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은 노다 총리가 러시아와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와 인접한 홋카이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러시아 측은 그러나 이같은 보도를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장은 이타르타스 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노다 총리의 방러가 내년 1월 후반에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며 "앞서 정확한 방문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었기 때문에 연기했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페스코프 실장은 "지난 9월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방안이 논의돼왔고 가능한 방문 시점으로 올해 11월과 12월 등이 거론됐다"면서 "내가 알기엔 최근까지 1월 후반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다"고 강조했다.

러-일 정상은 블라디보스토크 APEC 정상회의에서 노다 총리가 12월에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쿠릴열도반환 문제 등을 중점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러시아와 일본은 쿠릴열도 문제를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 조약을 근거로 홋카이도(北海道) 서북쪽의 쿠릴열도 가운데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 쿠나시르(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쿠릴열도가 2차대전 후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며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크렘린, 푸틴 건강 이상설에 민감 반응 = 이런 상황에서 쿠릴열도 문제 논의를 위한 노다 총리의 12월 방러 계획이 무산되자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푸틴의 건강 이상설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크렘린궁이 러시아 대통령의 건강 문제 때문에 자신의 방러 일정이 연기됐다는 노다 총리의 발언에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 현지에선 앞서 10월과 11월로 잡혔던 푸틴의 외국 방문 일정들이 잇따라 연기되면서 그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추측이 무성하게 제기됐다.

푸틴 대통령이 서둘러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의 심한 허리 디스크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상태이며 이 때문에 외국 방문 일정을 잇따라 연기했다는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푸틴이 블라디보스토크 APEC 정상회의에서 허리를 약간 구부린 채 불편하게 걷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디스크 와병설이 더욱 힘을 얻었다.

크렘린 공보실은 그러나 이같은 언론 보도를 강하게 부인하며 푸틴 대통령이 평소 해오던 유도 대련 훈련을 하다가 근육이 늘어나면서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그의 잇따른 외국 방문 일정 연기는 좀 더 철저한 준비를 하거나 다른 외국 방문과의 일정을 조정해야 할 필요성 등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최근 푸틴과 가까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평소 즐기는 유도 대련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를 들어 올려 메치려다 척추 부상을 입어 거동이 불편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 대통령 행정실까지 건강이상설 차단 가세 =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실장은 이날 현지 신문 '콤소몰스카야 프라부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은 예전처럼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비슷한 스타일로 일할 것"이라며 "동시에 그는 (평소 즐기는) 스포츠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코프는 "모든 운동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등이나 손, 발 등이 약간씩 아플 수 있지만 이것이 그의 업무에 영향을 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푸틴이 평상시처럼 수영을 하고 체육관에 다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대통령 행정실 실장도 이례적으로 푸틴 건강 이상설 차단에 가세했다.

이바노프 실장은 푸틴 대통령 건강 이상설은 사실과 다르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대통령의 12월 일정이 그의 건강이 문제가 없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바노프 실장은 "대통령이 운동에서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며 "누구도 그런 부상은 당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크렘린의 민감한 반응이 오히려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