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김치는 못 참는 한국인들이 왜 따분한(boring) 맥주는 꿀꺽꿀꺽 잘도 마실까?”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에서 던진 물음이다. 이 잡지는 “한국 맥주 시장이 과점체제인 데다 규제가 지나치기 때문”이란 답을 내놨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양대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군소 제조업체들의 진입이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다양한 맥주가 없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취재진은 서울의 슈퍼마켓을 직접 찾았다. 방문한 5곳 모두 오비(카스)와 하이트의 330㎖짜리 캔 가격이 1850원 내외로 거의 같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카스와 하이트는 값과 맛에서 차이가 거의 없어 보였다”고 소개했다.

과점 상황에서 업체들은 질 좋은 맥주를 개발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이 잡지는 “한국 업체들은 맥주 원료인 맥아 대신 쌀이나 옥수수를 넣어 맥주를 만들기도 한다”며 “영국 장비를 수입해 만드는 북한의 대동강맥주가 한국 맥주보다 훨씬 맛있다”고 비꼬았다. 대동강맥주는 유럽식 건조 설비를 도입한 것으로 유명한 북한 대표 맥주다.

이코노미스트는 과도한 규제도 지적했다.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맥주를 도매로 팔려면 맥주 생산 가능 용량이 100만ℓ를 넘어야 했다. 이 매체는 “올 들어 기준이 12만ℓ로 완화되긴 했지만 영세업자들에겐 여전히 버거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문제도 제기했다. 독특한 맥주 맛을 내는 데 필요한 귀리 등에 500%의 보호관세율을 적용한다는 것. 이코노미스트는 “다양한 맥주를 만들기 위한 실험이 제도적으로 차단돼 있다”고 진단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