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회 맞춰 13명 분신하며 "탄압 중단·자치 확대" 요구
중국 태도 변함없어 새 지도부 출범후에도 불씨 지속

세계의 눈길이 중국의 새 지도부가 출범한 베이징에 쏠린 동안 중국 서북부에서는 티베트인들이 자치권을 요구하며 연일 자신의 몸을 불사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출범한 15일에는 14살짜리 소년마저 몸에 불을 붙여 숨졌다.

칭하이(靑海)성 퉁런(同仁)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카르퐁야라는 이름의 이 소년은 지금까지 분신한 티베트인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리다.

17일에는 퉁런현의 광장에서 두 아이의 어머니로 택시기사이자 농부였던 착모크이가 분신자살했다.

◇나이·지역 불문하고 분신 확대 = 공산당 대회 개막 하루 전인 지난 7일에는 어린 아이의 어머니와 10대 승려 3형제가 각각 분신을 시도하는 등 5명이 몸에 불을 붙였다.

이는 하루에 일어난 것으로는 가장 많다.

외신에 따르면 당 대회 개막 전날부터 17일까지 중국의 탄압에 항의하고 자치권을 획득하기 위해 분신한 티베트인은 모두 13명에 이른다.

중국 당국은 분신과 시위 관련 정보에 거액의 현상금을 거는 등 치안 통제를 강화했지만, 티베트인들의 분노를 막지 못했다.

이전에 분신한 티베트인은 승려나 전직 승려가 많았지만, 이제는 직업을 가리지 않고 앞다퉈 분신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나이도 10대 초반까지 내려갔다.

또 초기에는 아바현 등 쓰촨성의 티베트인 거주지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지만, 최근에는 칭하이성, 간쑤성 등지로 퍼지고 있다.

칭하이성 퉁런현에서만 지난 4일 이후 2주간 8명이 분신했다.

심지어 지난 15일 영국인 수도승이 프랑스의 티베트 불교사원에서 분신자살하는 등 티베트 분신 사태는 갈수록 국제적 이슈로 커지고 있다.

◇탄압 중단·자치 확대 요구 = 티베트인들은 자치 확대, 종교 탄압 중단, 해외 망명 중인 달라이 라마의 귀환 허용 등을 요구하면서 앞다퉈 분신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승려들에게 달라이 라마를 비난하라고 강요하고 있으며 중국어 사용을 요구하고 유목 생활을 하는 티베트인들에게 정착 생활을 강제해 반발을 사고 있다.

그간 간헐적이었던 분신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 것은 중국의 권력 교체가 기점이 됐다.

중국과 전 세계가 지켜보는 당 대회 기간에 목숨을 내던지는 극단적 저항 수단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널리 알리고자 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티베트 분신 사태를 우려해 강경책을 거두라고 주문했지만, 중국은 잇따르는 분신 사태에도 달라이 라마 세력이 분신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강경대처로 일관해 불씨를 키우고 있다.

시진핑이 이끄는 새 지도부가 보수파 일색이어서 티베트 문제에 대해 강경책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우려되는 점이다.

앞으로 티베트 정책이나 다른 소수민족 문제에서도 중국 정부의 태도가 종전과 달라질 것이라는 조짐은 아직 없다.

티베트인들이 간헐적으로 최후의 항거 수단을 선택하고 있지만 국제사회가 중국과의 관계를 해칠까 봐 티베트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도 최근 분신이 속출하는 또다른 배경이다.

미국에 본부를 둔 '티베트를 위한 국제 캠페인'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분신한 티베트인은 모두 75명이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숨졌으며 3분의 2가량은 25세 이하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