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퍼트레이어스, 상부와 의견충돌로 사임"
브로드웰과 10월에도 파티 참석 모습 포착

'불륜 스캔들'에 휘말려 사임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스캔들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퍼트레이어스는 지난주 CNN방송의 자매회사인 HLN의 한 기자에게 불륜 상대인 폴라 브로드웰과 기밀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CNN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이 단지 혼외정사일 뿐 지난 9월 발생한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 피습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퍼트레이어스와 대화를 나눈 카이라 필립스는 "그는 브로드웰에게 기밀문서를 전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벵가지 피습사건과 관련이 없다며 "이를 증명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이어 "퍼트레이어스는 자신이 불명예스러운 일에 연루됐고 명예롭게 대처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그는 모든 것이 엉망이 됐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훌륭한 아내를 둔 것을 행운으로 여기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퍼트레이어스의 사퇴 시점을 놓고 그가 16일 열리는 벵가지 피습 관련 상·하원 합동 정보위원회 비공개 청문회를 피하려는 목적이 숨어 있다는 '음모론'이 정치권 안팎에서 확산해왔다.

결국, 의회의 압박이 점차 커지자 퍼트레이어스는 청문회에 직접 참석해 증언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퍼트레이어스의 사임이 이번 스캔들의 영향이라기보다는 벵가지 피습사건과 관련해 상부와 의견충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퍼트레이어스는 사임하기 하루 전 벵가지 피습과 관련한 비난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CIA가 관여한 부분을 상세히 공개할지를 놓고 상부와 논쟁을 벌였다고 CIA 고위관리들이 전했다.

퍼트레이어스는 기록을 바로잡고 CIA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그의 보좌관들이 비난에 강력히 대응하고, 피습이 발생한 당일 CIA의 시간별 활동내용을 공개하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퍼트레이어스와 브로드웰의 행적을 보여주는 보도들이 추가로 속속 나오고 있다.

퍼트레이어스는 사임 2주 전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 브로드웰과 함께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두 사람의 관계가 7월경 끝났다는 퍼트레이어스 대변인의 말에 어긋나는 것이다.

미 NBC뉴스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달 27일 워싱턴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전략정보국협회' 시상식 만찬에 함께 참석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밝혔다.

그러나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한 고위 정보관리는 "연방수사국(FBI)이 조사에 착수한 사실을 알고서도 이러한 고위급 행사에 브로드웰이 모습을 드러낼 만큼 부주의했다니 믿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번 스캔들은 브로드웰이 퍼트레이어스와 그의 친구인 질 켈리의 관계를 질투, 켈리에게 협박성 이메일을 보내고 이를 FBI가 수사하게 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그런데 브로드웰은 퍼트레이어스와 함께 스캔들에 휘말린 존 앨런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에게 가장 처음 경고성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에 따르면 앨런 사령관은 지난 5월 익명의 발신자로부터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켈리패트롤'이라는 필명을 쓴 발신자는 앨런에게 그가 워싱턴에서 곧 만날 친구, 즉 켈리가 골칫거리라며 그녀를 멀리하라고 경고했다.

켈리는 앨런이 받은 협박 이메일을 FBI 요원인 프레더릭 험프리스에게 보여줬고, 추적 결과 이 역시 브로드웰이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CIA는 퍼트레이어스의 국장 재임 시절 행적을 감찰하는 이른바 '탐사성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프레스턴 골슨 CIA 대변인은 "이번 사건으로 배울만한 교훈이 있다면 우리는 이를 통해 더욱 발전할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 스스로 앞서가지는 않겠다.

조사는 탐사 목적이지 특정 결과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퍼트레이어스는 벵가지 영사관 피습이 알카에다 연계조직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사건 발생 직후 알았다고 이번 청문회에서 증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퍼트레이어스는 당시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안사르 알 샤리아의 소행임을 알았지만, 이를 반(反) 이슬람 영화와 관련지은 20여개 정보 보고서 때문에 혼란이 빚어졌다고 말할 것이라고 CNN이 그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울러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벵가지 피습사건과 관련해 의원들에게 직접 설명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일리애나 로스 레티넌 하원 외교위원장은 다음달 중 국무부 내부검토가 끝나고 나서 클린턴 장관이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직접 증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무부는 래티넌 의원의 발언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