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 버지니아州 투표현장 `흥분ㆍ긴장'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6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의 지방정부 청사 앞.
청사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의 행렬이 건물 밖까지 길게 늘어섰고 투표 개시 시간(오전 6시)이 한참 지난 뒤에도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한 유권자는 2시간 이상 줄을 선 뒤에야 겨우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면서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선거요원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대기시간이 평균 1시간 30분 정도"라고 말했다.

건물 밖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양쪽에 간이천막을 설치하고 유권자들에게 투표절차 등을 안내하면서 막판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아기를 실은 유모차를 끌고 온 주부, 지팡이에 의지한 노인, 오랜 기다림에 지루한 듯 선 채로 책을 읽고 있는 젊은이 등 다양한 풍경이 연출됐다.

투표용지에는 여당인 공화당의 밋 롬니 대통령 후보,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의 이름이 제일 상단에 위치해 눈길을 끌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은 2번째에 위치했고, 3개 소수정당 후보도 이름을 올렸다.

선거 당국의 직원들은 유권자들로부터 `투표 허용권(voting permit)' 용지를 받은 뒤 전자투표를 할 것인지 손으로 직접 기입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를 물어 해당된 구역으로 안내했다.

이날 투표에는 정ㆍ부통령과 상ㆍ하원의원 등 공직선거와 함께 지역 현안에 대한 주민투표도 함께 이뤄졌으나 이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없는 유권자들이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도 이곳저곳에서 목격됐다.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에게는 `투표했어요(I Voted)'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나눠주기도 했다.

흑인인 데일 그레이(49) 씨는 "지금 변화가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 계속 전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을 찍었다"면서 "롬니는 국민의 다수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인인 가브리엘 로버츠(34) 씨는 롬니 후보를 선택했다면서 "지금 가장 큰 국가적 과제는 재정적자이고 롬니 후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버지니아주의 백인 집중 거주지역인 맥클린의 체스터브룩 초등학교에 차려진 투표소에도 오전 일찍부터 유권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 진영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커피를 대접하고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등 마치 우리나라의 수능시험장 아침과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특히 차량을 타고 투표소로 진입하는 유권자들이 붐벼 평소 출근길보다 훨씬 정체가 심했다.

이 지역에서 40년을 살았다는 마이크 스나이더씨(73) 씨는 "오바마의 경제정책이 맘에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롬니 후보에게 맘이 가는 것도 아니다"면서 오바마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고 살짝 귀띔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