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革의 광기·폭력 견뎌낸 민초들의 삶과 희망 노래

"뛰어난 작가 많은데…영광"
중국 첫 노벨문학상 '붉은 수수밭' 작가 모옌

올해 노벨문학상은 중국 소설가 모옌(莫言·57)에게 돌아갔다. 그는 중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다.

모옌은 11일 수상 소식을 듣고 “매우 기쁘다”며 “중국에 다른 뛰어난 작가가 많은데 이들의 작품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인생은 2006년 소설집 《달빛을 베다》에서 고백한 것처럼 절망 속에서 희망의 싹을 피워 올리는 민초들의 삶과 닮았다.

그는 1955년 중국 산둥성 가오미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 때 문화대혁명을 겪었다. 중국 사회를 뒤엎은 급진 사회주의 운동의 광기와 폭력을 체험하며 자란 그는 이에 따른 공포와 외로움, 굶주림으로 급기야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다.

이후 수년간 농촌 생활을 하다 열여덟 살에 면화 가공 공장에 들어가 일했다. 스무 살 때 고향을 떠나 인민해방군에 입대했고, 군복무 중 문학에 눈을 떠 1978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경험한 민초들의 팍팍한 삶은 모옌 소설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그는 최근까지도 소설을 쓰기 위해 고향을 찾았다.

모옌은 역사와 체제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삶을 현실적으로 포착한다. 장이머우 감독이 ‘붉은 수수밭’으로 영화화한 장편 《훙가오량 가족》은 온갖 착취와 부역 등 일제의 만행에 시달리는 그의 고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최근작 《개구리》도 인구 억제를 위해 실시한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관모예(管謨業)가 본명인 그는 1981년 작가로 등단하면서 ‘글로만 뜻을 표할 뿐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뜻의 필명인 ‘모옌’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학평론가 왕더웨이가 “필명과는 달리 그의 붓끝은 천만 마디가 모자랄 지경”이라고 평할 정도로 작품을 거듭할수록 큰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모옌을 수상자로 결정한 스웨덴 한림원은 “리얼리즘과 설화, 역사, 현대적 감각이 동시에 빛나는 작가”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CCTV "취재요청 받았다"…모옌 수상 '천기누설'

노벨위원회의 철통 같은 보안에도 불구하고 올해 문학상 수상자가 사전에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CCTV가 11일 오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노벨위원회로부터 노벨 문학상 시상식 취재 요청을 받았는데 공식 취재 요청을 받은 방송국은 세계에서 세 군데뿐”이라며 ‘천기’를 누설한 것. 이로써 영국 도박 사이트 래드브로크스에서 수상확률 1, 2위를 다투던 모옌의 수상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국 언론들도 이를 근거로 모옌의 수상이 유력하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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