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발표 시즌이 또 돌아왔다.

해마다 시즌이 되면 이번에는 한국인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지 한편으로 기대하는 마음이었다가, 발표가 끝나면 우리는 언제쯤이나 수상 소식을 접할지 하는 아쉬움이 들곤 한다.

이런 아쉬움은 이웃 일본에서 수상소식이 들리면 더욱 커지게 된다.

올해도 노벨상 6개 분야 중 가장 먼저 발표된 생리의학상 수상자에 일본인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일본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교수가 아시아 최초로 물리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1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 중에는 물리학·화학·생리의학상 등 과학 분야 수상자가 16명이나 된다.

특히 2001년 이후엔 거의 매년 수상자가 나와 10명이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을 거머쥐었다.

노벨상이 서구에서 제정한 상이어서 아시아인들에게는 아무래도 불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실적이다.

아직까지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한명도 없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다.

일본이 이처럼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데는 오랫동안 축적된 기초과학 연구의 저력과 정부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등이 그 원동력으로 꼽힌다.

또 대학의 자율적이고 독창적인 연구 풍토,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과 세태에 휘둘리지 않고 한우물을 파는 연구 자세 등도 기초과학 강국으로 우뚝서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 박사학위도 없는 평범한 학사출신의 민간 기업 회사원이던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씨가 노벨 화학상을 받은 것도 이런 연구풍토와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패전 이후 일찍이 과학입국의 기치를 내건 일본은 1995년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해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과학연구 예산을 꾸준히 늘려왔다.

2001년에는 50년 안에 노벨 과학 분야에서 30명의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으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일본인 연구자들이 15-16명이나 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우리도 과학입국을 말하기조차 부끄러웠던 과거와는 달리, 지난 20여년간 기초과학 분야 등에 대한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4%를 넘어섰다.

2012년 국가 R&D 투자 총액은 12조원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이만하면 우리 과학계도 머지않아 노벨상 수상의 낭보를 국민에게 선사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기대도 갖게 한다.

하지만 과학분야에서 한국인 노벨상을 배출할 사회적 토대나 분위기를 보면 여전히 암울하고 안타깝다.

기초과학의 토대를 쌓아야 할 초중고 과학교육이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황폐화된 지 오래고,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과학영재들도 진학할 때에는 기초과학을 외면할 정도다.

일본 과학자들의 노벨상 수상에 기여한 논문은 주로 30대에 발표됐다고 한다.

그만큼 젊었을 때의 열정적인 연구와 조기 투자, 지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일본의 이런 노벨상 배출 원동력을 거울삼아, 청소년기의 창의적인 과학교육이 도외시되고 이공계가 취업이나 보수 때문에 푸대접을 받는 지금의 우리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세계를 강타한 `강남스타일'의 기개와 한류의 저력을 생각한다면 과학분야라고 그리 못할 일도 없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