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3차 양적완화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번 조치가 저성장과 고실업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중앙은행은 양적완화 조치를 통해 경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적완화의 실효성에 대해 FOMC 이사들 간에 이견이 있었지만 소비와 투자, 그리고 수출 확대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주택가격이 몇 달간 상승세를 보인 점을 거론하면서 “이번 조치는 침체된 주택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가격이 오르는 만큼 소비자들은 자산 증가를 체감하게 돼 결국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버냉키 의장은 “실업률이 여전히 중대한 우려로 남아 있다”면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고용시장이 회복돼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8.1%에 이르는 실업률은 올해 초부터 거의 변화가 없다”며 “이런 실업률은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취약한 고용시장은 모든 미국인에게 걱정거리”라며 “높은 실업률로 수백만명이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인적 기술과 재능의 엄청난 낭비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버냉키 의장은 “수개월간의 실망스러운 고용지표와 경제성장 지표로 중앙은행이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며 “이번 조치는 경제 회복을 위한 시동걸기”라고 규정했다. 3차 양적완화를 끝낼 시점을 어떻게 결정하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미국 의회도 압박했다. “Fed가 경제를 구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책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의회가 경기 회복을 도울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재정벼랑(fiscal cliff)’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벼랑은 정부가 간접적인 재정지출 효과를 내는 기존의 감세혜택을 없애고(증세) 재정지출을 급격히 줄여 경제가 충격을 받는 현상을 말한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