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방송 RT 인터뷰.."롬니 후보 反러 발언은 실수"
"어산지 신병 처리는 미국과 연관된 정치적 사건" 지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9일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것은 미국의 대선과 관계돼 있기 때문에 이상할 게 없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현지 24시간 뉴스전문 채널 '러시아 투데이(RT)'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푸틴은 미국 및 중국과의 관계, '아랍의 봄'과 시리아 사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신병 처리 문제, 러시아 펑크 록 그룹 푸시 라이엇(Pussy Riot) 사건 등 폭넓은 국내외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 "오바마 APEC 불참 이해해" = 푸틴 대통령은 우선 APEC 회의와 관련,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할 것이란 사실을 몇 달 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러한 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얼마 전 멕시코(6월 G20 정상회의)에서 오바마와 만나 양자 관계와 국제현안에 대해 상세히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며 "우리의 대화는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의 불참이 러시아와 중국의 밀월관계에 대한 불만 표시 차원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중국은 우리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와의 협력에서 중심이 되가고 있다"며 "차이라면 중국이 우리의 이웃이고 우리도 중국의 이웃이라는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러-중 관계는 유례가 없는 높은 수준에 있고 정치, 경제 분야를 통틀어 아주 깊은 신뢰관계가 구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APEC 정상회의는 정치 문제가 아닌 경제 문제에 집중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APEC은 처음부터 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기구로 창설됐으며 주최국인 러시아도 경제 및 사회-경제 문제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가 8월 말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러시아를 미국의 적대국이라고 표현하고 당선되면 러시아에 대해 강경책을 쓰겠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분명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푸틴은 "롬니의 발언은 선거유세용 수사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실수다.

국제무대에서 그런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민족주의와 인종차별 정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푸틴은 롬니가 당선되면 협력할 것이란 질문엔 "그럴 것이다.

미국 국민이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그와 함께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오바마 재선되면 유럽MD 문제 해결할 것" = 푸틴은 그러면서도 오바마가 재선되면 러시아와 미국 간 최대 분쟁 이슈인 유럽 미사일 방어(MD)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바마에 대한 선호를 표시했다.

푸틴은 "오바마는 진실로 이 문제 해결을 원하고 있다"며 "내 생각에 오바마는 진실한 사람이고 실제로 많은 것을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길 원하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그러나 "오바마가 그런 일을 하는데 성공할지 그런 기회를 가질 지는 알수 없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미국은 유럽 MD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만일 러시아를 미국의 공적 1호라고 주장하는 롬니 후보가 당선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때는 분명히 MD가 러시아를 향한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MD 해결을 위해 미국과 대화를 계속할 것이지만 만약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미국 친구들이 독자적 MD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면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하고 전략적 균형을 유지할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또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인권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사망 사건에 연루된 러시아 관리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과 관련,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누군가가 마그니츠키 사건과의 관련성을 들어 우리나라 관리들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면 맞대응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그러한 조치를 취한 국가 관리들의 입국 금지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투자펀드 허미티지캐피털에서 일한 러시아인 변호사 마그니츠키는 2008년부터 자국 검찰과 경찰, 판사, 세관원 등 고위공무원들이 연루된 대규모 비리사건을 파헤치다 탈세 방조 혐의로 기소돼 조사를 받던 중 2009년 11월 모스크바 구치소에서 숨졌다.

◇ "시리아 반군 지원 위험" = 푸틴은 이어 '아랍의 봄' 사태와 관련 해당 국가 지도자들이 개혁의 시기를 놓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아랍 사태는 이 국가들의 발전과 역사적 진행과정에 따라 준비된 것이며 이 국가 지도자들은 분명히 변화의 시기를 놓쳤다"며 "이들은 자국과 세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추세를 인지하지 못했고 제때에 필요한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시리아 유혈 사태에 대해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알카에다나 그와 유사한 극단적 견해를 가진 다른 조직의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며 시리아 반군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경고했다.

그는 "이는 아주 위험하고 근시안적 정책"이라며 "관타나모 수용소의 문을 열어 그곳에 있는 죄수들을 시리아로 보내 싸우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대화를 통해 시리아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다시한번 모든 당사자들이 폭력을 중단할 것과 서방이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대(對) 시리아 정책을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왜 러시아만 입장을 바꿔야 하는가.

우리의 협상 파트너들이 스스로의 견해를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물론 시리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잘 이해하고 있지만 변화가 피를 흘리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어산지 신병 인도 정치적 사안" = 푸틴은 또 영국의 에콰도르 대사관에 피신해 있는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 문제와 관련, "에콰도르가 스웨덴 당국에 어산지를 미국으로 인도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그러한 보장을 받지 못했다"며 "이는 이번 사건이 정치적이라라는 생각을 갖게한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이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영국 스스로도 러시아에서 범죄를 저지른 러시아인들을 자국에 숨겨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어산지는 스웨덴에서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지난 6월부터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한 상태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현지 펑크 록 그룹 푸시 라이엇 사건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2년형을 선고받은 3명의 푸시 라이엇 단원들이 조기 석방될 가능성에 대해 "이 사건에 대해 간여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며 "(이 사건과 관련)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지만 전혀 간섭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푸시 라이엇 단원 중 1명이 2년여 전에 모스크바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유대인과 동성연애자, 외국인 근로자들을 몰아내자는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며 그때 당국이 서둘러 적합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푸시 라이엇 단원들은 또 공공장소에서 집단성행위를 연출하고 이를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며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법률을 위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록 가수들에 대한 법원 판결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이 여성들에게는 변호사가 있고 그들이 피변호인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푸틴은 그러면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 록 가수들에 대한 유죄판결이 정당했음을 시사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