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안 무산에 항의…"안보리, 서로 책임 전가"
반 총장 "깊은 유감…협의 거쳐 후임자 지명"
시리아 사태 외교적 해결 가능성 더욱 멀어져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5개월여 동안 시리아 유혈사태의 해결을 위해 노력했던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이달 31일(이하 현지시간)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유엔-아랍연맹 공동 특별대사직을 그만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교를 통한 시리아 사태의 해결이 더 어려워지는 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2일 유엔본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아난 특사가 이달 31일자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으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의 사퇴를 수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특사로서 그가 보여준 단호하고도 용기있는 노력에 깊이 감사한다.

아난은 탁월한 역량과 명성을 가장 힘들고 생색도 나지 않는 임무에 쏟아부었다"면서 "그의 이타적인 헌신은 존경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아난 특사의 후임 선정을 위해 나빌 엘아라비 아랍연맹 사무총장과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난 특사는 이달 말까지 자신에게 부여된 특사 임기의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반 총장과 엘아라비 총장에게 통보했다.

아난 특사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지난 3월 자신이 제시한 6개항의 평화안을 이행하지 않은데다 국제사회도 공통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반 총장의 성명 발표 직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시리아 사태 악화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정 국가를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시리아 제재 결의안에 잇따라 거부권을 행사하고 시리아 정부에 무기를 계속 공급하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난 총장의 평화안에는 ▲유엔 감시하에 교전을 중단하고 ▲시리아 정부가 반정부군과의 교전지역에서 병력과 중화기를 철수하며 ▲부상자들의 수송과 인도적 구호품 제공을 위해 모든 교전지역에서 매일 2시간 동안 휴전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평화안은 4월12일을 휴전이 개시되는 날로 못박았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휴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지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유엔도 시리아 휴전 감시단의 활동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

감시단의 활동 시한 역시 이달 말까지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한 듯 아난 특사의 사임 소식에 즉각 대응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아난이 물러나기로 한데 유감을 표시한다"며 "러시아는 그의 노력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남은 한 달의 임기에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반 총장이 후임자를 지명키로 한 것은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난 특사는 시리아 사태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자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가 정치적 해법으로만 위기를 해결하고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을 관계 당사자들에게 설득하고 나서야 하는 분명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시리아에서는 지난해 3월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2만명 이상이 희생됐다.

아난은 유엔 총회가 지난 2월16일 시리아 사태 해결책 모색을 위한 아랍연맹과 함께 공동 특사를 임명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한 후속조치로 같은 달 23일 특사에 임명됐다.

그는 지난 1997~2006년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이후 케냐의 유혈사태를 중재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유엔본부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