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매체, 사실상 첫 보도…中 당국 '대응' 예고절차인 듯

중국의 국제문제 전문보도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가 30일 김영환 씨 석방대책위원회가 고문 가해를 이유로 중국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3면에 "한국의 유명 반북 인사가 중국 정부를 기소하겠다고 위협중"이라는 제목의 3단 크기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우선 김영환 씨를 중국에서 북한정권 전복활동에 종사하다가 중국 당국에 체포됐던 인물로 묘사했다.

구체적으로 김씨를 포함해 4명이 지난 3월 다롄(大連)에서 이른바 '탈북자회의'를 하다 붙잡혔고 그 이후 한국정부와 다방면의 교섭을 거쳐 7월에 기소 전 국경추방형식으로 한국에 보내졌다고 사건 경과를 썼다.

신문은 그런 과정을 거쳐 석방됐던 김씨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체포되고서 묵비권을 행사했는데 이 때문에 고문을 당했다"고 진술했으며, 한국의 정치인과 일부 매체가 이를 기회 삼아 자기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구시보는 김영환씨 석방대책위원회 측이 김씨의 언급을 토대로 중국을 ICC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소개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한국의 일부 언론매체가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한국 정부에 중국을 상대로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자사의 한국 특파원 이름으로 이 기사를 작성했다.

김영환씨 등이 지난 3월 29일 다롄에서 체포돼 단둥(丹東) 소재 국가안전청에서 3개월여 조사를 받고서 지난 20일 석방되기까지 중국 당국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거나 중국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적은 없다.

환구시보의 이번 보도가 사실상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김영환씨 사건과 관련해 한국 내에서 중국을 고문 혐의로 ICC에 제소해 국제 인권문제로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대응'에 나서려는 제스처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중국 당국이 정식으로 나서기 전에 사전조치로 환구시보가 관련 내용을 보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특파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