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러ㆍ中 관계, 터키와 분쟁으로 구김살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가 1일 유럽연합(EU) 순번의장국을 맡았다.

지난 2004년 5월 EU에, 2008년 1월엔 유로존에 가입한 키프로스가 EU 순번의장국을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키프로스는 인구가 82만 명에 불과하며 EU 27개국 가운데 몰타,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작다.

나라 규모가 크든 작든 6개월마다 돌아가면서 의장국이 되는 것은 이젠 EU에 자연스런 일상이 됐다.

하지만 이번 키프로스의 하반기 의장국 수임을 둘러싼 EU와 키프로스의 표정은 착잡하다.

우선 키프로스가 유로존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EU 집행위,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와 키프로스 당국과의 구제금융 규모와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1일 키프로스 수도 니코시아에서 시작됐다.

그리스 경제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 키프로스는 유로존 위기 이후 직격탄을 맞았다.

은행권 회생과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상환 자금 등에 필요한 자금이 10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173억 유로인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훨씬 넘는 것이며, 이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함으로써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서게 된다.

물론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EU가 받을 타격은 거의 없다.

구제금융 예상 규모는 60억~100억 유로에 불과하다.

2차에 결쳐 2천400억 유로가 배정된 그리스나, 은행권 구제금융액만 최대 1천억 유로로 설정된 스페인과는 비교도 안된다.

다만 키프로스도 추가돼 EU 내에서 구제금융 국가가 다섯으로 늘어난다는 심리적 영향은 있다.

이보다 EU의 체면을 구기는 것은 키프로스가 러시아와 중국 등에 양자 차관 방식의 `사실상 구제금융'을 별도로 요청하려는 움직임이다.

키프로스는 EU 국가 중 유일하게 공산당이 다수당으로 집권한 나라다.

러ㆍ중과 정치적으로 가깝고 이미 러시아 차관을 받은 바 있다.

키프로스 정부는 긴축프로그램 이행을 피하기 위해 유로존 구제금융은 피하거나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터키와 키프로스 간 분쟁도 EU를 난처하게 하는 일 중의 하나다.

EU와 정치, 경제적으로 밀접한 터키는 최근 "키프로스가 순번의장국인 기간엔 EU와의 협조가 원만치 않을 것"임을 경고했다.

키프로스는 그리스계의 남부와 터키계의 북부가 분쟁해왔으며 지난 1983년 `북 키프로스 터키공화국' 분리독립을 선언한 이후 분단돼 있다.

EU는 그리스계인 남부를 키프로스의 유일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에 놓인 키프로스가 과연 처음 맡는 순번의장국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염려가 EU 내부에 있다.

과거엔 정상회담 의장도 6개월마다 돌아가며 맡았다.

리스본 조약 체결로 정상회담의 경우엔 상임의장직이 신설됐고, 외교안보정책과 관련해선 대외관계청(EEAS)이 상설기구로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27개 회원국 재무장관회의를 비롯해 부문별 각료회의와 실무회의 등을 주재하는 순번의장국의 조정과 중재 역할의 중요성은 여전히 적지 않다.

하반기에 키프로스가 의장국으로서 주재할 EU의 회의는 각료급회의 최소 15차례를 포함해 200여 회에 달한다.

EU의 2014-2020년 장기 재정 기본계획(MFF) 수립과 공동농업정책(CAP) 개정안 확정, 남ㆍ북 유럽이 대립하는 난민정책 등 처리해야 할 중요 과제들도 적지 않다.

키프로스 정부는 첫 번째 순번의장국 역할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준비하고 관료들이 예상 시나리오를 놓고 리허설까지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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