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운 모하메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당선자가 통합이라는 도전에 직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평가다. 무르시 당선자는 1952년부터 60년간 군부통치가 이어진 이집트에서 최초 민선 대통령이 됐지만 군부와의 권력 투쟁, 경제 회복 등 복잡한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 등 서방과 중동 국가들은 새 정권의 대외정책 변화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도 새 정부와 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군부와 충돌 불가피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 무르시 후보가 51.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정권에서 총리를 지냈던 아흐메드 샤피크 후보의 득표율은 48.3%였다.

무르시 당선자와 군부의 권력투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군부가 쉽사리 권력을 이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군부는 무슬림형제단이 장악했던 의회를 해산시키고 입법권, 예산편성권, 군통수권 등을 군부 권한으로 규정했다. 다음 의회가 구성될 때까지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현재 무르시 당선자는 ‘반쪽짜리’ 대통령에 불과하다.

국민 통합도 과제다. 샤피크 측은 선거 결과에 반발하며 “무바라크처럼 무르시를 축출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물론 혁명을 주도했던 ‘4·6청년운동’ 등 민주화 세력을 포용하는 것도 무르시가 할 일이다.

경제 재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의 실질 실업률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 실업률은 15% 정도다. 또 군부가 이집트 산업시설의 약 35%를 장악하고 있고 예산편성권까지 틀어쥐고 있어 새 정부의 경제 재건책이 순조롭게 추진되기도 어렵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새 정부가 빈곤을 해결해주지 못하면 국민들은 오히려 과거 군부독재 시대를 그리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첫 이슬람 정부 겨냥한 각국의 셈법

인구 8500만명의 중동 최대 국가에 이슬람 정부가 들어서자 미국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무르시 당선자가 반미, 반이스라엘 외교 노선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르시는 1979년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협정 파기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약했다. 미국과 이스라엘로서는 중동 최대 우방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날 제이 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새 정부가 중동 평화, 안보, 안정의 주축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은 “무슬림형제단의 외교 노선이 우려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랍권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우려하는 분위기다. 다히 칼판 두바이 경찰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슬람 원리주의자를 택한 것은 불운이고 이집트 국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교류협력 확대 기대

한국 정부는 이집트에 축전 발송을 준비중이다. 내부적으로는 작년 정치적 혼란으로 위축된 양국 관계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 이집트의 교역 규모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40% 이상 증가했다. 작년 교역 규모는 약 24억2000만달러였다. 작년 1월 발생한 시민혁명의 여파로 2010년 대비 24% 감소했다. 이집트에는 현재 현대자동차, LG전자, GS건설 등이 진출해 있고 삼성전자, 금호타이어 등은 연락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집트와는 경제적 관계가 중심이었지만 정국이 혼란스러운 만큼 정치 변수를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훈/조수영 기자 shagger@hankyung.com